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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2 672호 은서의 꿈

오래전 산골마을엔 은서라는 아이가 살고 있었어요.은서는 강물의 잔잔한 흐름,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밤하늘에 별을 그림으로 담아내는 재능이 있었지요.어느 날 그곳을 지나가는 나그네는 마을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스케치하고 목도 축일 겸 가게에 들렀는데, 우연히 가게 벽에 걸린 그림을 보게 되었어요.그림을 보는 순간 깜짝 놀라며 물었어요.“아주머니, 저 그

  • 손영순(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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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2 672호 백마가 내려온 산

십이 년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말띠 해’ 새벽이 되면, 동네 뒤 바위산에는 백마(흰 말)가 내려왔습니다.하늘나라에서 내려온 그 백마는 산봉우리 바위에 엎드려 혼잣소리로 중얼거렸습니다.‘이번 사흘 동안에는 나처럼 온몸이 하얀 여자 아기가 태어나야 할 텐데.’하늘나라 백마는 인간 세상의 먹이를 먹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아무것도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사흘

  • 조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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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2 672호 수필의 구성요소와 상상력

수필의 구성 요소한 편의 수필이 문학 작품으로 가치를 지니려면 몇 가지 필요한 구성 요건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흔히 수필은 그 형식이 자유롭고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이라고만 생각해 수필에서는 구성 요건들이 필요 없는 것처럼 여기는 경우도 있다. 물론 수필은 그 형식이 자유롭고 어떠한 제한이나 구속성이 적은 문학 장르이고 또 ‘수필은 무형식이 형식’이라고

  • 이철호수필가 · 한국문인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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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2 672호 음치

나는 음치다. 음치뿐만 아니라 박치와 몸치다. 사실 내가 왜 음치인지 잘 모른다. ‘솔솔 미파솔 라라솔’ 음을 제대로 냈다고 생각되는데 타인이 듣기에는 ‘솔솔 솔솔솔 솔솔솔’로 들린다고 한다. 나의 음감은 영 형편없나 보다.얼마 전 지인들 모임에서 백두산 관광을 간다고 한다. 남편에게 나도 백두산에 가고 싶으니 보내 달라고 했다. 남편은 위험해서 안 된다고

  • 우윤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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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2 672호 전망에 대하여

나는 전망이 있는 삶을 좋아한다. 전망이 있는 삶을 살고 싶어 전망이 있는 집을 찾아다녔다. 몇 번의 이사 끝에 자연을 조망할 수 있는 곳에 둥지를 틀었다. 창을 열면 백운산을 물들인 여명이 도시의 끝자락 너머 서해의 노을로 눕곤 했다. 겨울 햇살은 거실 깊이 들어와 오수를 즐겼다. 눈앞엔 긴 몸을 드리운 수리산이 철따라 옷을 갈아입었다. 잉어가 뛰노는 안

  • 방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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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2 672호 그 영혼의 해후

삼십 대 중반 무렵 직업군인 시절의 일이다. 중대원들과 야외 주둔지 작업을 하면서 해안 초소 주변을 보수하던 날이었다. 여러 명이 구역을 나누어 톱과 낫으로 가지를 치고 지저분한 것을 솎아내는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 대원 한 명이 겁먹은 표정으로 내게 달려왔다. 작업장에 죽은 고양이가 있다는 것이다. 별로 달갑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확인차 가보니 눈을

  • 정문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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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2 672호 망객산

하얀 목련이 하늘 춤을 추는 날, 아버지가 집을 나와 아카시아 향기 섞인 새벽공기를 마시며 신평정유소에 갔다. 서울 가는 직행 버스를 타고 용산 시외버스터미널에 와서 다시 완행버스로 갈아타고 강화에 도착했을 때 해가 서쪽 하늘에 기울어 있었다.그때 나는 집 안마당에서 아기와 놀고 있었다. 반쯤 열린 철 대문 사이로 한 노인이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순

  • 이은용(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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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2 672호 꽃샘추위

3월이 되자 목련나무의 하얀 봉오리가 옹골차고 탐스럽게 피어난다. 아지랑이처럼 가물거리는 봄기운에 마음은 한량없이 가볍다. 하지만 ‘올해는 덜 춥네’ 하는 순간 매서운 추위가 뒤통수를 친다. 3월에 부는 차가운 바람은 이미 봄이 왔다고 설레발치는 나에게 어디 감히 알랑거리냐고 따지듯 냉기를 거침없이 퍼붓는다. 잊고 있던 겨울의 매서움이 꽃샘추위라는 이름으로

  • 윤국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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