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맵

2024.6 664호 구룡사

비로봉 구름 아래 치악산 휘휘 돌아 아홉 계곡 고개 숙여 조아린 천년 사찰 짙어진 노란 은행잎 늦가을도 깊었다 속세에 물이 깊어 제 앞도 못 보는가보광루 종루 길목 돌계단 난간 위에 가을볕 가부좌 틀고 다 비운 채 있거늘해탈의 마음 갖기 아득히 먼 중생들 뎅그렁 풍경 소리 적막을 깰 때마다 하나둘 비워지는 걸 뉘인들 알았을까 합장한 두 손 끝이 가르친 처마

  • 최승관
북마크
131
2024.6 664호 광대나물 이력서

보릿고개 다 옛말 아는 이 몇 없지만 길섶에 이리저리 죽기 살기 태어나 뜯기며 발로 차이며어린 시절 보냈다지입 하나 덜어내자 시집 보낸 딸 아이 첫날밤 붉은 눈물 꽃 그림 그렸다네 그리움 부목 삼아서첫사랑을 잊었다지소금물에 데치고 삶기며 그리 살아 혈관을 씻는다길래 내어준 육신보시 마음이 광대를 닮아돋는 자리 돋는다지한평생을 기도로 그려내는 춤사위 바람에

  • 서석찬
북마크
140
2024.6 664호 백두산에 올라

민족의 성산인 백두산에 올랐다웅장한 자태에 청기품은 기세로다 산하가 풍기는 정서 우리 겨레 넋이다병사봉(兵使峯) 높은 기상 겨레의 위상이요 천지에 화산수(caldera)는 만민의 생명수다 천혜의 높은 배려에 조국강산 드높다천지 호수 동쪽으로 두만강을 이루고 천지 호수 서쪽으로 압록강을 이루어 우리의 생명수로서 영원한 기쁨을 띤다백두산 동서산맥 나라 다른 표

  • 문한종
북마크
140
2024.6 664호 건널목 저편

그대 그리워 잠 못 이루는 이 밤 어둠이 서성이는 창가엔 별빛 하나 없는 검은 하늘 별빛보다 더 아름다운 불빛이 유혹하고 있습니다. 차가운 콘크리트 방벽 사이를 비집고 얼굴을 내민 불빛들 거리를 밝히며 선 무언의 가로등 불빛들이 꽃밭을 이루고 누구와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늘 그리운 마음을 포게 놓으면 사랑이라고 하더군요. 사랑은 사랑으로만 담아둘 수

  • 최병연
북마크
136
2024.6 664호 용미리

차가운 바람 속용미리 무덤 앞에서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아버님 이 세상 소풍 끝나던그날의 슬픔을 껴안고꺼이꺼이 목놓아 울었다무성한 잡초만 수북이 덮인둥근 무덤 위로 노을이 밀려오면만날 수 없기에 편지를 쓴다저세상 어느 메서마냥 그립다는 말도 못 하고영영 돌아오지 못한다는아버님이 적셔주신 그리움을 읽었다아련히 서로의 마음을 물들이는용미리 슬픈 혼령들 말없

  • 정영숙(도봉)
북마크
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