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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 668호 쪼가리 헝겊을 모아서

엄마는 석 달 전부터 병원에서 누워 지냈다. 몸은 이미 굳을 대로 굳었는데 가끔씩 정신이 돌아오면 마른 입술을 움직거렸다. 엄마의 입술이 하는 말을 나는 눈으로 읽었다. 오빠를 찾았고 막내 순미를 찾았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찾았다. 아버지가 눈앞에 있는 듯이 바라보며 알아 듣지도 못할 말을 중얼거렸다.“저기… 안, 안 돼…저기…가지 마, 저….”앙상한 엄마의

  • 권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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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 668호 허무

화무는 십일홍에 씨 하나 남기지만비 내린 하늘 다리 화려하게 수놓던무지개 한순간 사라지면허상마저 없구나어둔 밤 차갑도록 휘감던 아침 안개 은빛을 반짝이던 쌀쌀한 새벽 이슬 해 뜨면 삽시간 사라진 후흔적 하나 없다네광활한 대양들을 한없이 출렁이고 고요한 호수마다 파문을 일으키던 파도들 바람만 사라지면군소리도 없구나한순간 세

  • 이재호(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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