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1월 671호
46
0
히말라야를 오르는 샤르빠의 삶은
짐이 무거울수록 가벼웠다
짐을 져야만 다가갈 수 있는 정상
구름 위에서 짐을 내려놓는다
아이들을 등에 업은 채 설원에 캠프를 치고
전진기지를 만들며 설산에 꿈을 키웠다
부처의 손가락 부분에서 칼바람을 뼛속 깊이 받아들였다
빙벽이 높을수록 가슴이 뛰는 아이들
가학의 힘으로 불어닥치는 태고의 바람과
사선을 긋는 눈보라의 난무를 깃발로 끌어안았다
손끝으로 매달린 암벽은 침묵의 길을 가르쳐 주었다
깎아지른 절벽의 크레바스에서
벌거벗은 고독으로 낭가파르밧의 북두칠성을 만났다
짐을 졌을 때 만나는 영봉,
스스로 존재하여 묵묵히 자태를 드러내는
태고의 산봉우리는 다가갈수록 멀었다
봉우리를 만나기 위해 기쁘게 메는 짐
세상엔 짐 아닌 것이 없었다
아프리카 원주민들은 급류에 쓰러지지 않기 위해
돌을 지고 강을 건넜고
산을 내려올수록 나의 짐은 무거웠다
자식들이 떠난 후
더 무거워진 어깨에 배낭을 메면
빙벽의 설산이
샐녘의 설렘으로 태양을 부른다
* 샤르빠: 히말라야의 티베트인.
* 크레바스: 빙하가 움직이면서 생긴 깊은 V자 모양으로 갈라진 틈.
* 낭가파르밧: 유르드어로 벌거벗은 산이란 뜻으로 히말라야의 봉 중에서 가장 위험하여 악마의 산으로 불리는 8,126m의 봉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