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는 다 써내려 갈 수 없어요 어느 빛깔로도표현이 어렵습니다고운 음계로도 잘 짚어지지 않던 마음의 그림자 같은잠들지 못하여 뒤척이는그 많던 은하수 쏟아지던밤을 지나그리워그리워하다가다시, 허허로운 벌판으로 떠나는 고단한 여정 뒤로아주 잠깐씩 잊었을 때 아득하게 낯설게 마주하는 신기루 같은그대의 음성인가
- 최정숙(도봉)
글로는 다 써내려 갈 수 없어요 어느 빛깔로도표현이 어렵습니다고운 음계로도 잘 짚어지지 않던 마음의 그림자 같은잠들지 못하여 뒤척이는그 많던 은하수 쏟아지던밤을 지나그리워그리워하다가다시, 허허로운 벌판으로 떠나는 고단한 여정 뒤로아주 잠깐씩 잊었을 때 아득하게 낯설게 마주하는 신기루 같은그대의 음성인가
석양은 금빛 물결로 출렁이는 의암 강변길에두 노인은 석양빛에 금발머리로 아름다운데 손을 꼭 잡고세월을 눈으로 가슴속에 담는다 장편 영화일까 연극인가무성영화를 대본도 없이 소설처럼 살아온 초로의 부부주름진 숫자만큼 사연도 얼마나 많을까인생의 항해는 수 년 강원도에 들어 둥지를 틀고두루미 날갯짓할 때마다 휘어지는 숨가빴던 시간들성토하는 강물처럼 여울목마다 무대
넉넉한 가슴과 믿음의정겨운 만남은시간을 녹이고강물처럼 익어가는 우정은굽이굽이 산야를 곱게 물들이네숨 쉬는 계절의 향기 속에하나 둘세월의 무게 이고 지고애잔한 사랑의 탑 세워어김없이 굴곡진 삶을 반추하네해묵은 찻잔을 기울이며추억의 잔영 부여잡고먼 훗날 아로새겨질심중 저편에 마모된 영혼을 추슬러그리움과 희망의 찬가를 덧칠하네모진 강우에도눈보라 절규에도아랑곳하지
하루를 마무리하는 그림빈 도화지 위해맑은 추억밝은 빛진동하는 마음의 평안다가오는 지평선
조각품일까움직일 줄을 모른다시간과의 싸움인 양서 있는 자태는 여전하고 평화스런 모습이시인 묵객들의 벗 되었으니유유자적하며근심 걱정 없는 삶생활의 모든 것은 먹이사냥너를 닮고 싶은 마음만이 여울물에 흔들린다.* 경천이라고도 하며 강천산에서 발원하여 순창읍을 관통하는 섬진강 의상류지천.
그녀는 덩치만큼 부지런하였다장맛비가 억수같이 퍼붓다 잠시 그치고밝음이 어둠을 밀어내는 시간그녀는 고추밭을 살피고 콩밭을 지나어산리 논둑을 살피다가갑자기 불어난 농수로에 빠졌다주저앉은 자세로 거센 물살을 타고 떠내려가다 반사적으로 휘두른 손에 긴 막대가 잡혔다 범람하는 하천 가장자리에 무성한 잡풀을 잡고 간신히 물 밖으로 나왔다는
내가 태어나 자라는 유년의 고향해마다 보름달이 둥실 떠오르며정각의 평나무 정자 밑에 모여마을 어르신들이 지내던 당산제선하고 부정이 없는 깨끗한 사람골라서일년동안마을안과밖무사안녕을 위하여 제주를 정해정성 모아 합동으로 지내던 날둥글 커다란 나무 밑에 솥을 걸고시루떡이며 나물 마른생선을 준비초저녁부터 새벽까지 제를 지내고꽹꽈리 징 마을 우물을 돌던 시절밤새워
삶의 희비로 얼룩진 이생에서바둑판에 돌을 놓듯 신중하고 교묘하게 머리를 짜내고 마음을 다잡아남보다 크고 많은 집을 지으려허허실실 주춧돌을 놓는다한수한수선택의순간마다냉정하고 단호하게 착점을 거듭하며무표정 속에 상대의 응수를 읽어내려 끈질긴 인내로 일관해야 하는독심술의 미학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시간에 얽매인 이 판 위에선양보는 미덕이 아니라
보문호 따라 흐드러지게 벚꽃이 핀 어느 봄날나비넥타이에 정장을 차려입은 노년의 신사와개나리색의 원피스를 입은 원숙한 여인이주름진 손을 꼭 잡고 꽃비를 맞으며출렁이는 은빛 물결 사이로 걸어간다이른 아침 남편의 성화에일찍 일어나 준비를 했지만늦는다고 성화에 이끌려 나왔다젊은 사람들이 다정하게 스처간다부인을 바라보는 눈길에는 아련한 추억 속으로 향한다
새벽 3시파도 소리 소리새벽 흐르는 소리숨 쉬듯 빨아들이니 저절로 감기는 눈흐르는 마음 평화 잔잔한 고요이대로 맑은 고요 속으로 그냥 스러져도하루하루 할퀴고 간폭풍우 태풍 지진 견뎌낸키 작은 바닷가 꽃 그네처럼 남겨진 하양 고무신갯벌 들어왔다황토 들어왔다지친 파도 들어왔다 쉬어가는 이른 새벽캄캄한 바다 밀려올 때마다 어깨 두드려 준별 달 햇살 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