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열린다 나뭇가지를 흔들며 부산히 아침을 깨우는 산새들에 밤새 누웠던 들풀도 몸을 일으킨다아카시아 찔레꽃 밤꽃마저 어우러져 바람을 불러오면 산 그늘진 오솔길에 낙하하는 꽃 이파리 꽃길을 만들며 키 작은 나무 위로 또 다시 꽃을 피우고아침을 열어가는 길 오르고 내리고 또 오르고 나이만큼 함께였을 희노애락 그래도 꽃 지고 꽃으로 남아
- 채운
길이 열린다 나뭇가지를 흔들며 부산히 아침을 깨우는 산새들에 밤새 누웠던 들풀도 몸을 일으킨다아카시아 찔레꽃 밤꽃마저 어우러져 바람을 불러오면 산 그늘진 오솔길에 낙하하는 꽃 이파리 꽃길을 만들며 키 작은 나무 위로 또 다시 꽃을 피우고아침을 열어가는 길 오르고 내리고 또 오르고 나이만큼 함께였을 희노애락 그래도 꽃 지고 꽃으로 남아
그대 그리운 날 호숫가에 앉아 있으면 쬐그만 내 몸에서 가느다란 물결이 일기 시작한다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경계 너머 그리움의 끄트머리 빗장으로 걸어잠근 그대 창가에 출렁이는 속삭임그대로부터 비롯한 물결 부서지면서도 눈부시게 살아 있는 흔적 흔들리면서도 빗나가지 않는 자전 환하게 열고 온다호숫가에 앉아 있으면 찌그러진 나는 피어오른다 둥글게 둥글게 젖으면서
H-6K 핵 폭격기 열여섯 대가 서해에서 미사일 투발 훈련을 하고 있었다 한낮의 그 눈부신 어둠 속에서 풀들은 저마다의 가슴에 등불 을 켜고 땅 밑으로 땅 밑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앉은뱅이꽃들이 일어 서고 벙어리새들이 노래 부르는 환영(幻影)을 보면서 한국의 용산과 오산 기지, 평택 캠프 험프리, 대구 캠프 캐럴과 캠프 헨리, 부산, 어 쩌면 평양까지도 표적
나는 첩첩 산중 깊숙하게 뚫린 숲길온몸 소름 피는 긴장감으로 걷고 있었다아무도 없이 나 홀로만의 외로운 길조마조마 긴장된 숲길이지만어쩌면 내 어릴 적 그리움 피어나는고향길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이렇게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내 나아가는 길 위에한줄기 실오리 같은 햇살이 눈이 부시게 내리고 있었다나는 재빨리 이 기적의 햇살 거머잡았고허공에 떠 올라 어느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