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잠에서 깨어나 일어나보니반갑지 않는 손님이 기다리고 있었다남긴 빚을 받으러 왔다젊은 날 너무나 험하게 부려먹어서언젠가 한 번은 대가를 지불해야 될 일이었다그렇지만 하늘을 원망하진 않았다당황하지도 않았다슬피 울지도 않았다아직 땅을 딛을 곳과 숨 쉴 곳이 있었다그동안 적잖은 만남과 이별이 있었다사랑과 미움도 있었다행복과 불행은 별것 아니었다오룡산은 영산강을
- 박진구
긴 잠에서 깨어나 일어나보니반갑지 않는 손님이 기다리고 있었다남긴 빚을 받으러 왔다젊은 날 너무나 험하게 부려먹어서언젠가 한 번은 대가를 지불해야 될 일이었다그렇지만 하늘을 원망하진 않았다당황하지도 않았다슬피 울지도 않았다아직 땅을 딛을 곳과 숨 쉴 곳이 있었다그동안 적잖은 만남과 이별이 있었다사랑과 미움도 있었다행복과 불행은 별것 아니었다오룡산은 영산강을
종이와 먹의 조화흑과 백의 그 어디 중간쯤동그라미 속의 점 하나붓 터치의 예술그릇에 담긴 물넘치지 않을 정도의 적당함작아도 작지 않고많아도 흔들리지 않는딱 그만큼의 무게채우지 않아도 넉넉하고비워도 평온할 수 있는 마음마주하는 여유원 하나의 점점 하나의 원
그리움이 한꺼번에 밀려와 비처럼 쏟아져 내리거든 마음 다잡고 숲으로 가자보이는 것들에 인사 건네고 이내 사라질 빗방울을 보며 함께 서럽게 펑펑 울어주자서러움이 비처럼 내리거든 마음 감싸줄 인적 끊어진 호젓한 숲길을 걸어보자숲길 모퉁이를 걷다가 힘겨운 것들을 만나거든 부둥켜안고 함께 울어
우리 집 베란다는지구의 허파매일 아침 일어나서하루의 생기를 얻는다방긋 웃는 꽃송이나에게 신선한 에너지를 주고앤돌핀 세로토닌 즐거운 미소시집온 지 8년만에하얀 꽃송이로 온 천사 커피나무꽃 5개월째 상큼한 미소 호접란눈웃음 화사한 그녀서성거리는 하얀 손허브향 풍기며 귀여운 로즈마리 씨앗 뿌려 놓고 이제나저제나 가슴 졸이며 기웃거리던
용인 수지요양원 나무 그늘서 초롱꽃을 본다칼날 같은 유월의 햇살에 고개 숙여 얼싸안은 자줏빛 통꽃, 바다 건너 제주서는 못 보던 꽃 예서 본다잠깐 허천바레* 는사이차마가라** 그 곁에서 우리 이모 볼우물을 파고 있다세모시 옥색 치마가 어울려 사슴의 눈동자로벌 나비를 사로잡았던 이모 세월이 그대로인 줄 알았는데 골, 골짝에 방어선이 무너져간
저멀리푸르른 강 물결이곱고 눈부시다.강기슭에 서 있는늙은 나무도 당당하다.나무와 꽃, 열매스스로 자라기까지무위(無爲) 속에가만히, 바람소리에 기울이며 발닿지 않는 종 소리처럼 서… 고독이란늙은 병 속에 눈물 한 방울씩 여린 기도 고여 감도는데아직 돌아설 준비를 못하였거늘 은근시리 잘도 간다.시간은 저 홀로 잘도 간다.
허공 자락 맴도는고요의 두께만큼연민의 그림자 드리우면메아리 한 움큼 쥐고감동 되어 빨려드는신비의 길을 낸다웅크린 그늘 지우며정적 속으로 떠나는 설렘 흥건히 적실 때쯤폭풍의 긴 터널에서쉴새없이 뻐끔거리고속앓이 한복판은그리움에 갇혀 있고묵상하는 가슴 밑뿌리까지 촉촉한 느낌표 끼워 넣는다함지박만 한 간절함도앙금진 두려움도 슬그머니 스러져&nbs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이어울리는 보물떠오르는 아침 해와 같이무한의 세월 안에서없어서는 안 될 불씨 같은 보물예쁘면 좀 더 아름답게영리하면 더욱 영특하게키가 크면 자기보다 더 크게어찌하던 자기와 비슷하게라도만들어 내고야 마는 보물바람이 부나비가 오나눈이 내리나우산 같은 역할을 하는 보물이러한 보물이 험한 세파를 헤치고 나갈 힘을 길러 주는 이들의 할
숫눈이 녹기도 전찰지게 기름진 연둣빛 연잎봄 햇살에 몸을 키워오색의 꽃잎으로 군락을 이루니한켠에 텃밭을 향기로 장식한다한 계절 현란한 몸놀림작약의 향기 유연하고비바람의 장맛비몸으로 막아선 투혼의 혼신잠자리 나랫짓 곡예를 하고제 목숨 다하여 베어진 줄기맨살을 드러낸 흙냄새에햇살 내려와 빛놀이 한다구름 떼 노니는 한가로움에빈 밭에 눈 맞추며 차 한 잔의 여유로
가을 볕이 하도 좋아서우기로 눅눅했던 이불을 넌다이불속으로 구름이 틀어져 들고바짝 마른 벼이삭 같은사각거리는 소리들이 든다아무리 가을볕을 넣어도무겁지 않은가을볕 솜틀법뭉특하게 굳은 뒤숭숭한 꿈자리들과이곳저곳 뭉친 늦잠들이보송보송 새로 부풀고 있다이불을 너는 빨래대 사이로소매가 긴 블라우스 안 속살을 따뜻하게 감싸는 가을볕의 온도가 꼭 엄마의 체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