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5월 6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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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왔냐고 묻지 않으마
하늘에서 내려왔든, 땅에서 솟구쳤든
하늘과 땅의 엄격한 중간자
수없이 변한 세상, 수없이 흐른 세월 앞에서
육신도, 영혼도 변하지 않는 고결한 절대자
하얀 바람이 얼마나 세찼으면, 지상을 떠났는지
하얀 손길이 얼마나 잔인했으면, 복수하자고
비밀의 공중도시에서 칼을 갈았는지
아니, 잉카제국의 절정기 꽃이라고
이천삼백 미터 고지의 절벽 산정에
궁전, 신전, 광장, 귀족 집, 민가, 밭, 수로까지
완벽하게 지어 놓고
우루밤바강을 불러
상큼하게 목욕한 찬란한 얼굴이다가
구름을 불러 고뇌를 태우는 칼빛 얼굴이다가
안데스 산맥이 놀러오면 나와서 함께 춤추고
아마존강 머리가 떠오르면 함께 노래하고
누가 세월을 무상하다 했나
여기 수백 년이 지나도
불변의 영롱한 생명이 있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