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5월 6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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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종이에 점을 찍는다
기다림에 익숙하지 못한
가늘고 굵은 선들이
빈곤의 양식을 수레 가득 싣고
급행과 완행의 교차로에서
매듭으로 묶인 실타래를
한올한올풀어헤치며
시리게 밀려오는 그리움을
세상 밖으로 몰아내고 있다
소녀의 꿈에서
중년의 원숙함을 거치며
황혼의 길녘을 함께 걸어온 선과 점
상처로 얼룩진 기억의 시간은
고치기로 지우고 아물기로 다듬고
삭둑삭둑 자르고 기워
겸손과 온유와 사랑의 주머니에
채워 넣으며
이어쓰기를 반복한다
수없이 많은 비우기가 끝나고
판도라 상자에 남아 있을
늦은 희망을 찾아
분주한 발걸음이 자꾸만 뒷걸음질하고
돌아갈 수 없는 잃어버린 세월이
뽀얀 먼지를 안고
유리알같이 부서져 내리면
목마른 시간이 서럽도록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