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5월 6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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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발로 꼬부랑꼬부랑
응급실 들락거린 구순 어머니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사연도 말짱하시다
유모차를 타고, 아니 밀고
어머니 마늘밭을 지나신다
뻐꾹뻐꾹, 뻐꾸기 울 때,
배미콩을 심어야 한다고
걱정이 몇 이랑이다
송정 아래 봉우뜰 타고
뒷산 너머 검은등뻐꾸기가
홀딱 벗고 홀딱 벗고
고장 난 카세트처럼 오늘도
흘러간 가사를 틀어댄다
‘가신 임은 그 언제 그 어느 날에
외로운 동백꽃 돌아오려나’
배미콩 심다 말고 어머니
담 너머 휘파람 소리를 들었을까,
쭈구렁 하회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