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잖은 음악을 들으며종일 헉헉대는 말라빠진 말티즈 강아지와 한밤중 시간도 잊은 채 축축이 젖은창밖을 열어젖히고빗소리에 눅진 마음을 가라앉힌다한여름 때아닌 을씨년스러운 날씨에 빗물을 종이에 덮고 마음도 같이 덮고 빗물을 털어내며 쪼개어진 글을 남긴다 글은 제멋대로 중얼댄다아침부터 저녁까지 비는 드세어서외출하기도 힘든 하루글
- 임경원
젊잖은 음악을 들으며종일 헉헉대는 말라빠진 말티즈 강아지와 한밤중 시간도 잊은 채 축축이 젖은창밖을 열어젖히고빗소리에 눅진 마음을 가라앉힌다한여름 때아닌 을씨년스러운 날씨에 빗물을 종이에 덮고 마음도 같이 덮고 빗물을 털어내며 쪼개어진 글을 남긴다 글은 제멋대로 중얼댄다아침부터 저녁까지 비는 드세어서외출하기도 힘든 하루글
파란 언덕 위 꽃으로 피었다가암흑의 땅으로 숨결이 저문다왜 너는 나에게 꽃으로 피었다가쓸쓸한 어둠의 칼날을 드리우는가?햇빛 찬란한 미소의 눈으로끝까지 나를 비춰주지!양지의 따스함만 가르쳐 주지왜 음지의 고독을 가르치려 하는가?곱게 뿌린 씨앗이 되어봄날의 꽃들처럼 아름답게 피어나기를 바랐는데 얼음 같은 냉정한 눈빛 소스라치는 서러움한겨울의 문풍지 떨
세월은 무수히 흘러 갔건만 언제부터인가 흰고무신가지런히 마루 끝에 걸쳐 있네분명히 어머니의 신발인데 떠나신 지가 십 년이 되었는데 참 무심한 세월이었네나도 이제 갈날이 다가오는데 어머니의 삶이 어제처럼머리속을 뒹군다항상 새벽 별을 보며 아침을 지으시고다 쓰러져간 부엌을깔끔하고 정갈하게가족들 위하여 애쓰시던&nbs
자판을 두드리는 동안 마음을 수평선에 걸어둔다 잘라낸 손톱이 아쉬운 낱말처럼 다시 자라난다물 젖은 문장을 뒤적거리는 가마우지들과 풀렸다고 생각하면 엉기고열렸다고 생각하면 막히는 글줄들, 그리고 자판 앞에서 전전긍긍하는 동안여지없이 자라나는 손톱들눈치 없이 깜빡거리는 커서와걸핏하면 캄캄하게 저무는 노트북을다 식은 커피 향기 아래 펼
어디에서든 수직으로 서야덜 맞는다는 걸머리가 깨지기 직전에깨닫는 아둔한 못다시 뽑히지 않을 만큼만뿌리박고서박힌 채로제 뿌리를 생각하면그래도 부모는 철광석수천만 번의 담금질로 태어났으리세상을 향해 박았던못난 원망의 못내 혓바닥으로 박은 못된 못들은그대 가슴에서 이물질로 뼈를 찌르고 그대가 박은 수많은 못들도어느 가슴속에서 피 흘리며 삭고 있으리죄인들
가을길 들녘에 핀키 큰 코스모스맑은 가을 하늘만큼청초하고 아름답게소슬바람 따라 춤춘다.오곡의 숨결이 살포시 전해오는 조용한 미소가을 끝에 들녘이 허허로우면 가을 바람 따라조용히 떠나가는 여인의 뒷모습 같네.
해인사에서 주식을윤회와 탈윤회가 부처님 안에서 하나라고 법장스님 말씀하실 때 고개를 끄덕거린 후 해우소 가는 길에 뒷마당에서 휴대전화 앱으로 주식 시세를 확인하고얏호! 그 기쁨이 아니었으면일주문에서 봉황문까지빈 지게를 짊어진 모양으로허위허위 올라가는 노스님의 걸음에서 색을 비운 세상을보지 못했을 것이다살아있는 것은 쉬지 않고 색을 뿜는데죄
“너 이런 거 쓰면 안 된다.”윤리 교사가 나에게 나지막한 음성으로 이렇게 말했던 것이 고교 2학년 때였다. 그때 동료 학생들이 수학여행 떠났는데, 나는 가지 않았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었으나, 대세에 따르지 않는다는 사춘기 항심이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아이들이 없는 교실에 혼자 등교한 나는 칠판에 무언가를 쓰며 시간을 보냈다. 그때 쓴 것 중 하나가‘
서재에서 꽤 많은 글을 쓴다. 직장 업무인 신문 기사를 만들고, 문학 작품을 끄적거리기도 한다. 창작 산실이라고 하긴 민망하지만, 그 비슷한 일이 서재에서 벌어진다.몇 년 전 이사를 올 때 아내가“이 방은 당신 서재로 하지요”하고 말했을 때, 나는 담담한 목소리로“그렇게 해 주면 고맙지”했다. 집안 권력 서열 1위의 아내는 방 하나를 내게 떡 내주면서도 생
부쩍 문학의 위기를 말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어디서든 책보다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읽을거리 볼거리들이 많이 늘어난 탓이기도 하지만, 일반 대중들은 문학의 난해함을 먼저 말한다.난해함은 소설보다는 시에서 두드러진다고 말한다. 특히나 요즘 일부 젊은 시인들의 시는 정말이지‘난 해’하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시가 언제 그렇게 우리에게 친근했던 적이 있었던가?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