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숲에서 날개 죽지를 접었을까, 지난 밤 작은 새이른 새벽 뜰 앞 나뭇가지에서 지저귄다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창밖에노랑지빠귀 작은 혓바닥이 어둠을 조금씩 걷어낸다꿈을 좇다가 깨어버린 꿈잠 모서리에 새들의 노래가 악보를 끼워둔다.(가만히 아침을 열어요)한 생애는 갈매기 날갯짓을 따라 갔었지조나단의 갈매기, 높이 나는 꿈은반 생애는 낮게 나는 날갯짓을 따라
- 경현수
어느 숲에서 날개 죽지를 접었을까, 지난 밤 작은 새이른 새벽 뜰 앞 나뭇가지에서 지저귄다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창밖에노랑지빠귀 작은 혓바닥이 어둠을 조금씩 걷어낸다꿈을 좇다가 깨어버린 꿈잠 모서리에 새들의 노래가 악보를 끼워둔다.(가만히 아침을 열어요)한 생애는 갈매기 날갯짓을 따라 갔었지조나단의 갈매기, 높이 나는 꿈은반 생애는 낮게 나는 날갯짓을 따라
푸른 모자이크 유적의 문턱안과 밖의 경계에서 생각한다표지석도 철망도 없는이곳은 시간의 능선내 유랑의 칠부능선쯤이지 싶다마법에 걸린 행성의 시간은늘자고깨도오늘,기억 속의 어제는 착각일까지워진 시간일까고속열차를 놓쳤다면 내일에나 닿았을 레기스탄광장 그늘에 들어서숨을 고르며카파를 쓴 소년들이 꾸란을 염송하며거닐었을 회랑을 떠올린다내일 당도해야
무거운 발걸음 계단 올려 딛고정상의 높이에서 내려다보는 바다, 울 어머니 쪽빛 치마 펄럭거린다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보고처럼 아끼는 밤섬 같은 주도 그 섬의 비밀을활처럼 휘어진 해안이 감싸안고 있다내 눈빛의 먼 거리 섬 섬 섬…그림같은 끝없이 펼쳐진 파노라마 해심은 천심을 닮아청정한 그 마음 푸르러라가을바다짙푸른
예루살렘 딸들아 너희에게 내가 부탁한다 너희가 내 사랑하는 자를 만나거든내가 사랑하므로 병이 났다고 하려무나 (아가서 5장 8절)어머니의 눈은늘 한곳만을 보신다세상의 모든 빛을 합치면흰빛이라고 생각하시는 듯세상으로 뻗어있는 길마다 저녁 무렵이면 떠오르는저마다의 상처를 노을처럼 어루만지는 손길과안아주시는 깊은 한숨.그래도 어머니는 울지 않는
무학산에서 보는 금호강은 하양 청천 사이장대한 비단물결 이룬다1월은 요람에 누워 있다2월은 소소리바람 불고 눈이 내려 마음 소소명명(昭昭明明) 하얘진다 3월은 춘수 선생이“샤갈의 마을에는 3월에 눈이 온다”했다 봄이 다가오고 있는데 눈이 내린다는 아이러니칼한 정경을 배경으로 한 사나이 마음의 동요를 그리고 있다4월은 게으른 여자가 하품을 하고 가난한 사람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다. 봄에 씨를 뿌리고 땀흘려 가꿔 온 모든 곡식에 대한 열매를 거둔다. 농부들은 이 알찬 열매를 추수하기 위한 바쁜 일정을 보낸다.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익은 곡식의 추수를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 추수의 시기가 다가오면 누구나가 설레는 마음이다. 추수의 결실에 대한 결과의 기대에 부풀 수 밖에 없고, 기쁨과 보람을 주기 때문이다.
‘6·25전쟁’이라고도 하는 한국전쟁이 휴전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어. 그때, 나는 초등학교 4학년이었어.학교 뒷동네에 분이네 집이 있었는데, 마당에 살구나무가 한 그루 서 있었어. 살구나무는 봄이 되면 꽃이 활짝 피어 눈이 부 실 정도였어. 벌들도 모여들어 종일 잉잉거렸고….나는 늘 가던 길로 가지 않고 되도록 분이네 집 앞으로 돌아가곤 하였어.“얘
드넓은 바다 한가운데서채낚기 어선으로 오징어를 잡는 프로그램을 본 후 우리 가족은 바다 여행을 떠났다.바닷가 횟집 수족관에서 바닷고기를 구경하다가둥글고 붉은 몸뚱이로 헤엄치는 오징어가 가득한 수족관에서“오징어가 살아 있을 땐 이렇게 몸이 둥글단다. 헤엄치며 노는 것을 잘봐,깊은 바다에서 저렇게 살아.” 엄마의 설
여름밤에 하늘을 보면 은하수가 훤히 나타나는 청정지역에서 나는 태어나고 자랐다. 책 읽기를 좋아해서 작은 학교의 도서관에 있는 책은 모조리 읽었으며 언제부터인가 나는 동네의 스토리텔러가 되었다. 우리 할머니의 친구분들로 구성된 그룹에서 나는 요즘의 아이돌처럼 사랑을 받았고 보답하듯이 도서관의 책들을 부지런히 날라다 읽어드렸으며 도시의 자녀들에게 편지도 대신
따뜻한 언약인 듯 태양은 날마다 환하게 떠오른다. 미래는 알 수 없어도 인간은 저마다 삶을 향유하고 인간사 희로애락은 여전히 이어진다. 오래전에 살다간 사람도 인생에 대해 궁구하고 피치 못할 현실에 괴로워하다가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는 천명이라며 순응했을 것이다. 고전을 읽는 것은 앞서 산사람들의 사상과 지혜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내 삶의 길을 닦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