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사년 가을호1 2024년 9월 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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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학산에서 보는 금호강은 하양 청천 사이
장대한 비단물결 이룬다
1월은 요람에 누워 있다
2월은 소소리바람 불고 눈이 내려 마음 소소명명(昭昭明明) 하얘진다 3월은 춘수 선생이“샤갈의 마을에는 3월에 눈이 온다”했다 봄이 다
가오고 있는데 눈이 내린다는 아이러니칼한 정경을 배경으로 한 사나이 마음의 동요를 그리고 있다
4월은 게으른 여자가 하품을 하고 가난한 사람 왼쪽 뒷주머니가 불룩해 약간 우스꽝스럽다
5월은 색깔이 푸르름으로 변하고 시간은 라일락 물결속으로 가라앉는다
6월은 여섯 편 詩 쓰자마자 반년이 지나 버렸다 고향 무학산에 긴꼬리 딱새 아기가 생애 첫 비행을 위해 둥지 위에 올라섰다
7월은 휴가 떠나는 선글라스를 보고 교언영색(巧言令色)이면 선의인 (鮮矣仁)이라고 공자께서 탓할까마는 시끌벅적한 방문객이 비와 천둥 몰고 온다
8월은 해바라기 일렬로 늘어서서 웃는 얼굴로 울타리 위에서 더위 내려다본다
9월은 잠자리 날고 줄무늬 하얀 억새 나부낀다
10월은 두보 시인이 평생 병을 지닌 몸으로 만리타향에서 가을을 슬퍼하면서 늘 나그네 신세가 된다
11월은 나뭇잎 물에 떨어져 썩어 검어진다 숲이 울고 색깔이 죽었다 12월은 바보 시인은 꿈 계단을 밟고 올라와서 초록 꿈을 꾸기도 한다
12월 다음은 13월이 와야 하는데, 12월 다음에는 1월이 오네요 우리 원을 그리며 여행을 떠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