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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7 665호 선비정신을 숭앙(崇仰)하며

요즘 세상은 하루가 멀다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들이 일어난다. 신문 기사나 TV에 부정한 사회상이 그것이다. 평온한 아침, 우리네 마음밭을 우박처럼 쏟아져 갈기갈기 찢어 놓지 않는가?날마다 아침저녁으로 배달되는 신문의 대문짝만한 활자는 우리를 고통과 분노 속으로 끌어들인다. 그런데도 어제처럼 오늘도 습관적으로 신문을 펼쳐 든다. 행여나 한 줄기 실낱 같

  • 고재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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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7 665호 산가 그리고 정원

나무를 심었다. 소나무를 비롯하여 2백여 그루가 자리를 잡고 있다. 어렵게 들인 것도 있지만 버려진 것을 거둔 것이 대부분이다. 내 땅 네 땅을 가르지 않았다. 뜰에도 길가에도 산자락에도 빈자리가 있으면 심었다.해를 거듭할수록 우거지고 있다. 때맞춰 꽃이 피고 열매를 단다. 새들이 깃들고 짐승들도 찾아온다. 소유의 아귀다툼도 없다. 외진 산속이 아니면 어려

  • 金鎭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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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7 665호 내 삶의 뿌리가 된 수필문학

다시 태어나도 지금처럼 수필가가 되고 싶습니다. 현재 도달한 최선 이상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내야 하겠다는 다짐입니다. 글은 곧 그 사람이라 했고, 사람이란 이내 정체되기 마련일 테니까요.등단하던 무렵, 흠모하던 위대한 작가들의 글이 벅차서, 우선 삶의 태도부터 닮으려 애썼습니다. 이웃의 마음 빈 곳을 채우고 가난한 영혼을 따뜻하게 보듬는 일에 우직하게 골몰

  • 김혜숙(은평)수필가·한국문인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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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7 665호 구형의 유리수조

현우는 누운 자리에서 손을 뻗어 휴대폰을 집어 든다. 자줏빛 휴대폰은 언제 보아도 앙증맞다. 은색 테두리, 초록빛 보조화면에 AM 4:30이 떠 있다. 휴대폰을 열어 일어날 시각을 06:00로 설정하고 새벽닭 멜로디를 선택한다. 날마다 일상은 닭 우는 소리로 시작되리라. 초등학교 일학년 국어 책을 거꾸로 들고 마당 가 돌확에 걸터앉아 왼종일 울던 어린 선우

  • 조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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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7 665호

1어느 문예지 편집장으로 있는 후배로부터 단편소설 신인상 심사를 맡아달라는 전화를 받은 것은 며칠 전이었다. 나는 마지못해 승낙했고 바로 다음 날 여러 편의 소설들이 택배로 배달되어 왔다. 그쪽에서 먼저 원고를 거른 터라 정작 내게 넘어온 편수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나는 단숨에 응모작들을 읽어 내려갔다. 이삼일 내로 끝낼 생각이었다. 나는 끼니도 거른 채

  • 채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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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7 665호 동반(同伴)

어느 늦가을, 비가 구질구질 내리고 있었다. 작고 허술한 트럭 한 대가 빗속에서 덜커덩 소리를 마치고 찍-하며 멈추어 섰다. 기사인 듯 싶은 한 남정이 운전석에서 쿵 하고 내려서더니 차 위에 덮였던 비닐을 잡아당겨 벗겼다. 조촐한 이삿짐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둘 짐을 내려 놓는다. 내려지는 짐과 함께 그 속에 웅크리고 있던 두 사람이 차에서 내렸다. 얼굴

  • 류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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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7 665호 목련꽃

등장인물_ 남자(관광버스 소유자. 50대 중후반. 반백의 긴 머리를 뒤로 묶었다. 자유분방하다)|여자(화가. 50대 중반. 정숙하고 규범을 잘 지키는 성품을 지녔다) * 두 인물은 각자 다르면서도 같은 존재일 수도 있다. 때문에 방백이 빈번하고, 인물의 대화가 바뀌어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때_ 현대곳_ 산 중턱 언덕 위의 목련동산 정원무대_ 여자 혼자 사는

  • 이희규(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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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7 665호 미학적 리더, 고난마저 그리움으로 전환하는 시혼(詩魂)의 표상

5월 들어 한층 연둣빛 초록으로 짙어 가며 싱그럽더니 부슬부슬 촉촉한 그리움을 부추기는 5월 15일 스승의 날입니다. 김용재 시인께서 지난 4월 29일 타계, 30일 국제PEN 한국본부 문인장 영결식, 5월 1일 발인을 마치고 애도하며 2주가 흘러갔습니다.아직 가상인지 실제인지 실감이 오락가락해 인터뷰 전 먼저 약력과 짧은 시 2편을 묵음으로 마음을 추스르

  • 김철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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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7 665호 나의 슈크림빵 친구

집에 와 보니 식탁에 빵이 몇 개 놓여 있다. 한 입 베어 물으니 슈크림빵이다. 정말 오래간만에 먹어 본다. 엄마는 오후에 일 나가시면서 간식을 놓고 가신다. 새로 연 빵집에 큰 슈크림빵이 있었나 보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슈크림이 입 속에서 기분 좋게 퍼진다. 불쑥 오래전 위층 살던 해솔이 생각이 난다. 우린 둘 다 슈크림빵을 좋아했다. 언제나 나는 빵 가

  • 한상희(본명·한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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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7 665호 꿈을 찾아 온 고국

교실 안은 낯선 말로 가득 찼다. 반 아이들이 하는 말은 하나도 모르겠다. 온종일 시끄러운 소리로 머리가 아팠다. 솔직히 나도 큰 소리로 말하고 싶다. 하지만 나는 한국말을 잘 하지 못한다.“박다미르, 잘 가!”짝꿍이 내게 손을 흔들었다. 나는 어색하게 손만 흔들었다. 짝꿍이 말을 시킬까 봐 겁이 났다. 얼른 돌아서서 교실을 빠져나왔다. 마치 도망치는 사람

  • 배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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