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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9 667호 심란한 봄날

처음 본다는 건지새롭게 본다는 건지수돗가에 씻어둔달래 뿌리가 머리인지 발인지시비를 가려내느라초록은 진이 빠지고때때로 변색하는수국을 나무라는 사이죽고 못 사는 애인은옛 애인이 되어버리고지는 꽃 가속도 붙어별사도 없이 가버렸네꽃을 같이 본다는 말을다르게 쓰던 사람그리워하면 그리는 사람이 되는지 잊는다 손 털고 나서다시 또 기다리는 너

  • 김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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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
2024.9 667호 컵라면 시대

24시간 편의점에서24시간 건조한 내 기다림은뜨거운 그대 시선물기 촉촉한 프러포즈랍니다화려한 조명, 카펫이 깔린음악 흐르는 카페가 아니어도하얀 레이스 식탁이 아니어도그대 손길 하나면 그만이지요무척이나 분주한 당신그렇다고 가난한 이 몸너무 조급히 열지는 마세요기다림에 야윈 사랑쉬이 부서져 버릴까 두려워요기다림에 익숙지 못한한 닢의 인스턴트 사랑소설 같은, 영

  • 이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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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
2024.9 667호 해질녘의 내밀한 바람

해심을 밟고 거슬러 오른 시간좌구산 천문대 하늘 별무리에 들었다흰 꽃잎 화르르 피어 편편히 입적해도슬픔만으로 지는것이 아닌미선나무에도 사리가 있듯이심지에 꽃술 당겨 짓무른 단내지금은 흔들릴수록 더욱 아름다운그리움의 덤불 눕히며차창밖, 잠시 지나갈 소나기는부단한 흔적을 해갈지게 눈물로 태운다우리,머문 시선 내밀한 그때 바람 머물어 밤의 나루터에 저녁

  • 손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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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
2024.9 667호 대사리국

태안사 가기 전 건모리에서부터유봉리를 관통해 흐르는 시냇물 대사리집집마다 된장 풀어청양고추 마늘 정구지 파를 넣어 끓인 대사리국 냄새대숲 바람이 부채질하지 않아도온 동네에 진동했다바위 이끼와첩첩 숲에서 넘어온 바람과당산나무에 깃든 새들 숨소리와반딧불이 반짝거려서 그리 맛있었을까제일 실한 탱자가시를 쥐고매운 모깃불에 콧물 눈물 바치며 대사리

  • 이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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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9 667호 성환에 가서

7월 초순아침부터 검은 옷을 챙겨 입고는서쪽 성환으로 길을 떠난다산 자들이 죽은 자들을 위해죽은 자들이 산 자를 무작위로 부르는 날 서늘해야 할 풍경은 간데없이산 중턱까지 꽃들이 만발이다오랜만에 성지에 와서묵언으로 인사하면 묵답으로 듣고묵상하듯 바다 쪽 하늘을 쳐다보며갈 자리 올 자리를 생각해 본다1894년 7월 뜨거운 햇볕 속에서도대창 하나 꼬나

  • 함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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