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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6 664호 마음의 소리

“비켜, 내가 할 거야! ” 교실 벽에 우두커니 서 있던 나에게 우리 반 주먹 대장 호철이가 달려들었습니다. 왜 평소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다가 꼭 이때만 되면 괴롭히려 드는지 모를 일입니다. 오늘도 나는 호철이 손에 다리를 붙들려 화장실로 끌려왔습니다. 맞습니다. 나는 남들과는 다릅니다. 누구나 가진 다리조차 한 개밖에 없어 남들처럼 똑바로 걷지도 못하는

  • 정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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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6 664호 저 우주 너머 어딘가에는

굶주린 하이에나는 결코 먹이를 놓치는 법이 없지. 우리 반 남자애들치고 철주에게 당하지 않은 애들이 없어. 철주가 나를 괴롭히지 않는 건, 내가 키가 크고 태권도를 배워서일 거야.“안녕, 난 이철주야.”철주가 능글맞게 인사하며 전학 온 내 짝 민우를 살폈어. 민우의 가냘픈 몸집과 작은 키, 꾀죄죄한 모습을 본 녀석의 눈빛이 음흉하게 빛났어.다음 날 철주는

  • 김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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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6 664호 붉은 인주 자국

“고아였으면 좋으련만….” 닳고 닳아 시멘트 가루가 날릴 것 같은 육교 계단 앞에서 나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6차선 도로를 내달리는 자동차들 때문에 길 건너 우체국이 보였다가 안 보였다 반복되었다. 어머니가 미웠다. 아버지도 지독하게 원망스러웠다. 인연을 끊는 방법을 떠올려 보았다. 허름한 양복 안주머니에 든 봉투를 만져보았다. 내 피와 땀방울과 허기진 배

  • 김홍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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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6 664호 길 잃은 어린 꽃씨

지난해 가을, 이곳을 지나던 소슬바람이 어딘가에서 후∼ 하 고 꽃씨를 몰아왔어요. 하필이면 그 꽃씨가 떨어진 곳은 쾨쾨한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쓰레기 더미였어요. 평소에 사랑을 담뿍 받고 자라던 꽃씨는, 자신이 바람에 실려 온 이곳이 사람들이 눈 살을 찌푸리며 다니는 길임을 전혀 알지 못했어요.그때 마침, 살랑살랑 봄바람이 꽁꽁 언 땅을 훈훈하게 녹이며 재

  • 진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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