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게 먹다 목에 걸린 생선 뼈다귀같이 일차선 도로를 폭주하는 광란의 오토바이야 만용의 그물에 걸려 일생을 불사르는 넌 도대체 누구냐
- 강태구
맛있게 먹다 목에 걸린 생선 뼈다귀같이 일차선 도로를 폭주하는 광란의 오토바이야 만용의 그물에 걸려 일생을 불사르는 넌 도대체 누구냐
시선엔 보이지 않는 문이 있다 적막이 푸른 숲, 소리는 고향처럼 침묵울 찾아가고꽃잎은 잃어버린 길처럼 흩어진다 꽃들의 뒷모습이 활짝 핀다 그들의 고독은 진자(振子)처럼 왔다 갔다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가 오고가는 ‘운동방정식’을 풀고 있다 바람은 조용하면 죽는다 습관으로 길을 낸다 누군가, 화가의 물감처럼 여름을 짜내 숲에 바른다 여름이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맺어진 관계속에는 간극이 산다 이만큼에서 저만큼까지 다리를 걸치고 겹치거나 벌어진 거래를 한다 계산이 엇나 서로를 긁기가 일쑤이지만 고약이거나 붕대로 감싸는 치유는 거래하지 않는다 상대를 깁는 일을 용서라고 부른다 문장을 고치듯 사람 관계에서도 놓친 수순을 사과하는 기술이 거래다 내가 믿고 싶은 진실이 사실이 아니기를 거래한다 작법은 내민 나를 줄이거나 지
바람이 분다 끈적하고 축축한 바람. 한여름에 철없는 진눈깨비가 내린다 환한 대낮에 벌거벗은 사람들이 빽빽하게 얽힌 시간 속을 뛰어다닌다 오고 가고 보내고 마중하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흘러가고 삶이 굴러가고 추억이 굴러가면 다시 또 처음인 듯 설레며 마주할 수 있을까 우리.
입 다물고 말하기 어찌 생각하십니까 울림이 없을까요 지하철 출구는 지상으로 향하고 말 많은 사람 붐비는 발자국을 달고 밖으로 나옵니다 보험약관처럼 잘고 길어진 말 꼬리에 꼬리를 문 타인의 말 부딪힌 머리끼리 목소리를 키웠군요 마이크 좀 치워주세요 순간 잘린 말꼬리가 파닥거리고 방향을 등진 채 출구를 찾는 입놀림 광장은 소란합니다 신호등 눈빛은 세 마디 단순
농담처럼 지나쳤었네 처마 그림자 저녁 어스름에 숨는 것처럼 찰나에 잊혀지는 것들 성긴 탱자 가시덤불 흰 꽃 사이 나비, 장자의 꿈이야기 같고 퇴원 후 빛나는 햇살 아래 차오르는 상념들 불이문(不二門) 향하네
1951년 1월 4일 그해 겨울 붉은 완장이 무서워 도망쳐 나오다 아홉 살 내가 돌아서서 산 너머 우리 동네 불바다 바라보고 나 그때 벌 벌 벌 떨었습니다 불타는 아픔보다 더 아픈 피비린내가 토해놓은 아픔 먹구름에 묻혀 산 넘어오는 아우성 그 소리가 왜 그렇게 무섭던지 나 그때 달 달 달 떨었습니다 나무기둥 붙잡고 숨죽여 우는데 그때 그 붉은 완장이 그때
남녘에선 봄꽃들이 히죽해죽 웃는 이월 하순 정선 덕천리 제장마을 앞 조양강 고꾸라질 듯 자빠질 듯 제 몸을 뒤집어가며 영월 동쪽 문희마을로 동강을 만나러 가다가 온몸에 붕대를 감은 듯 푸른 대리석을 깔아놓은 듯 단단히 얼어 버렸다 칠족령(漆足嶺)을 달려온 한파는 안개꽃 같은 잔설을 날려 내 가슴에 눈꽃 피워 올리고 강의 한쪽을 막아선 뼝대는 천둥소리로 휘청
사계절 내내 물때에 맞추어 사는 갯마을 사람들 초승달이 바다를 끌고 멀리 나가면 오라오라 손사래 치는 물결 따라 스멀스멀 끌려 나가는 갯마을 사람들 아득히 펼쳐진 십리 갯벌에 경운기 소달구지 앞세우고남녀노소 앞다투어 굽은 허리 펼 새 없이 내달리는 사람들 밀려나간 수평선 위에 고향집 부모 생각 아른거릴 때면 휘파람인 양 내 쉬는 평양 탈출 아줌마 안도의 숨
창릉천 주변 자전거 길 영생을 달리던 목숨 하나 졌다.눈도, 부리도 조용하다. 허공에서 내려온 날갯짓도 조용하다. 나뭇가지 위에서 졸던 발톱도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아도 된다. 바람이 조용히 수습한다. 환장하게 꽃 피는 봄날에 길바닥 베고 평온이 잠들었다. 억새가 읽는 조문이 흔들거린다. 물이 허무를 말하며 비틀거린다. “만물은 정화로 소멸된다.” 창릉천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