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4년 6월 6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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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릉천 주변 자전거 길
영생을 달리던 목숨 하나 졌다.
눈도, 부리도 조용하다.
허공에서 내려온 날갯짓도 조용하다.
나뭇가지 위에서 졸던 발톱도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아도 된다.
바람이 조용히 수습한다.
환장하게 꽃 피는 봄날에
길바닥 베고 평온이 잠들었다.
억새가 읽는 조문이 흔들거린다.
물이 허무를 말하며 비틀거린다.
“만물은 정화로 소멸된다.”
창릉천 오리들 어젯밤에
봄꽃 피는 게 보기 싫다고
누룩뱀 한 마리 몸보신하고
눈보라 찾아 야밤에 떠났다.
봄 푸른 하늘 아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