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4년 6월 6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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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녘에선 봄꽃들이 히죽해죽 웃는
이월 하순
정선 덕천리 제장마을 앞 조양강
고꾸라질 듯 자빠질 듯 제 몸을 뒤집어가며
영월 동쪽 문희마을로 동강을 만나러 가다가
온몸에 붕대를 감은 듯 푸른 대리석을 깔아놓은 듯
단단히 얼어 버렸다
칠족령(漆足嶺)을 달려온 한파는
안개꽃 같은 잔설을 날려
내 가슴에 눈꽃 피워 올리고
강의 한쪽을 막아선 뼝대는
천둥소리로 휘청이며
풀어진 마음에 다짐을 준다
청룡 흑룡 날아올랐을 절벽은
시침 뚝 뗀 채 말이 없고
강바닥에 귀를 대보아도
납작 엎드려 강의 속살을 살펴보아도
속속들이 시퍼렇게 멍든 겨울은
조용하기만 하다
백운산 칼끝바람은
병매기고개에서 발목을 접질리지도 않고
기세 좋게 넘어와
기죽고 풀죽은 내 어깨를
더욱 움츠러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