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4년 6월 6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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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다물고 말하기 어찌 생각하십니까
울림이 없을까요
지하철 출구는 지상으로 향하고
말 많은 사람
붐비는 발자국을 달고 밖으로 나옵니다
보험약관처럼 잘고 길어진 말
꼬리에 꼬리를 문 타인의 말
부딪힌 머리끼리 목소리를 키웠군요
마이크 좀 치워주세요 순간
잘린 말꼬리가 파닥거리고
방향을 등진 채 출구를 찾는 입놀림
광장은 소란합니다
신호등 눈빛은 세 마디 단순한 말
멈추고 보고 옮기는 걸음 바빠지고
시장에 떠돌던 언어가 귀가 합니다
귀를 털어 막고 생긴 버릇은 딴청
보슬비 실실이 내리고
펼친 우산 내가 배운 약속된 말입니다
빗줄기의 길이
빗방울의 부피
길이와 모양이 다른 우산을 접습니다
뒤집은 말의 앞면은 가렸던 체면
매화가 어떻게 피었는지
잎새는 가지 틈에 숨을 죽이고
매무새 어루만진 바람결 수어
봄소풍에 달뜬 입술 하르르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