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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 670호 수박 한 통

등을 켠 듯 작고 앙증맞은 노란 수박꽃. 꽃말이 ‘큰 마음’이라더니, 꽃이 진 뒤 커다란 수박을 매단다. 수박 크기만큼이나 꽃말도 넉넉하다. 여름이면 수박 한 통으로 대가족도 너끈히 먹을 수 있으니 과연 그 꽃말이 허사가 아니다.우리가 탄 버스는 1박 2일로 대구 문학 행사에 들렀다가 다음 날 서울로 올라가는 도중에 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했다. 여선생님은 바

  • 김영희(중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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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 670호 또 미숙이

소설가 윤고은은 잘못 갈아탄 지하철에서 그녀가 봤던 것과는 다르게 열차 안으로 길게 들어오는 햇빛을 마주했다. 그때의 장면을 “낯선 것을 살피느라 마음의 조리개가 서서히 움직였다. 어쩌면 그것은 시간을 만지는 느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시간 그립감’ 같은 것”이라고 신문의 칼럼에 쓴 적이 있다.시간을 만지는 느낌, 내겐 그 영화 <1986 그 여름 그

  • 김경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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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 670호 수종사의 꿈

산천초목이 꿈을 낚으려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봄날 아침이다. 산을 좋아하여 주말마다 산행을 하던 옛 동료가 생각났다. 그는 한국의 산 중에서 운길산에 있는 수종사의 전망이 으뜸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후 가보고 싶은 산의 첫 번째가 되어 마음속에 늘 품고 지냈다.가는 길이 험하다니 겁도 나고 바쁘게 살다 보니 수종사 가는 일은 늘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 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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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 670호 나로 돌아오는 시간

날씨가 화창한 날은 왠지 심리적으로 안정이 안 된다. 내 마음은 그 속에 무엇이 있는지 보여주지 않고 있다. 밀린 원고 때문에 마음이 불편해서인가. 바라보고 있던 노트북을 닫고 밖으로 나간다.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소년들이 시끄럽다. 두 명의 개구쟁이 형제들이다. 내 손주들처럼 연년생으로 보인다. 키도 목소리도 그만그만하다. 내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은 것은

  • 노상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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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 670호 술상머리 역사관

아들과 술상머리에서 가끔은 논쟁을 벌인다. 어느덧 불혹의 나이에 접어들어 이치를 깨달을 나이는 되었다.사학과를 졸업한 아들은 서양사학이 전공이라 동양사학이나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서는 그렇게 조예가 깊어 보이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동서양 사학을 배운 입장이라 어느 정도 전문적인 지식이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명색이 사학과 출신이라 역사에 있어서는 나름의

  • 김관수(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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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 670호 대리엄마

어미닭이 병아리 떼를 데리고 봄 햇살 쬐러 앞마당을 누빈다. 삐죽이 자라나오는 날갯깃을 세우고 어미를 따르는 병아리의 종종걸음이 앙증맞다. 어미는 먹이를 잘게 쪼아서 ‘꼬꼬꼬’ 하며 나누어 먹인다. 어미닭은 병아리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는 인도자이며 보호자다. 아련한 고향집 무대이다.며느리가 해외 지사에서 근무하게 되어 몇 달간 집을 떠나야 한다

  • 박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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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 670호

“으흑 꿱!"목을 부여잡고 고통을 호소하는데, 아내는 내 의자 뒤로 와서, 나의 배꼽과 명치 중간에 양손으로 복부의 윗부분을 후상방으로 힘차게 밀어 올린다. 나의 기도에서 한 말의 약이 튀어나왔다.“휴∼.”간편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몇 가지 비타민과 영양 보조제를 복용할 때 대개는 식도로 넘어가고 한 알이 기도에 걸린 것이다. ‘잘 나가다가 우루과이로 빠진

  • 석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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