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오년 여름호 2025년 6월 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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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살 같은 싹눈
만번가고만번와서도
늘 똑같다.
나는 그들 세계를 들여다본다.
본다고 하지만 허상(虛象)인가.
문득 7,000년 전 반구대암벽화에서
고래의 비명이 울려 퍼진다,
양각으로 새겨진 작살이 등에 꽂혀, 암벽에 각인된 채로
죽음을 앞둔 혹등고래인가
새로 태어난 새끼고래와 어미고래를 뒤따르며 죽어 가는데…
나는 산에 오르다가
언뜻 눈맞춤으로
고봉산 작살나무, 너무도 작은 작살
어어, 저 무딘 창날이 내 눈을 찌르고
내 마음을 쓰윽 꿰뚫어버린다.
경계는 없어지고
보라색 구슬, 곧 만상(萬象)이 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