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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8 666호 영원히 꺼지지 않는 오지(奧地)에켜진등불

작년에 상남 성춘복 선생님 미수(米壽)를 맞아서 기념문집『인연 - 상남과 나』출판기념회를 겸한 제1회 상남문학상 시상식과 성춘복시전 집 봉정식이 많은 문인들과 그의 문하생들이 모여 성대하게 열렸다. 선 생님은 약간 수척한 표정으로 인사말과 상패를 수여하고 기념문집과 시전집을 봉정 받았다. 그동안 노환으로 병원 출입이 잦다는 소리를 들 었으나 병문안도 못 간

  • 김송배시인·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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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8 666호 옛사랑

나는 귀신의 존재를 믿지 않았다. 하지만 공포물은 좋 아했다. 특별히 뭐가 어떻게 좋다는 것은 없었다. 그냥 막 연한 느낌이었다. 그 음습하고, 괴기스럽고, 절망적인 무 언가에 의해 인간이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어질 때 내 가 느끼는 것, 그런데 한 가지 의문스러운 점이 있다면, 그 존재가 얼마나 흉물스러운 악귀이건 간에 인간은 결국 죽으면 그뿐이었다.

  • 이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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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8 666호 웃음꽃

자꾸 꽃이 핀다. 꽃잎이 한 개씩 기지개 켤 때마다 내가 간질여진다. 웃음이 터진다. 웃지 않을 재간이 없다. 나는 종일 꽃이다. 종일 꽃이 피는 삶이다. 종일 웃음 터지는 생이다.나는 사료를 입에 넣고 오도독 깨물다가 웃음이 터진 다. 입안에서 오도독 가루가 되었던 사료가 하하 흩어진 다. 앞 케이지 울쌍이 콧등을 찌푸리며 훼훼 고개를 내젓 는다. 나는

  • 이진-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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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8 666호 아버지의 그날

아침부터 붉게 타오르는 해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아버지가 돌아가 시던 그해에도 일찍부터 무더웠고 장맛비가 질퍽거렸다. 장례식 당일 에는 강아지 오줌처럼 질금거리던 비가 다행히 멈추었다.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금방이라도 토해낼 것처럼 물기를 가득 머금은 공기와 엷은 구름 속에 얼굴을 숨기며 펄펄 끓고 있던 태양이 만나면서, 불쾌 지수 를 한껏 끌어 올렸던

  • 김용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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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8 666호 엘릭의 달밤

“여보, 저거 좀 봐. 빨리 와 봐.”순영이 남편을 다급하게 불렀다.“뭔데.”김 사장이 방문을 열고 나오다 말고 몸이 굳은 채 티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5층 건물 창 틀에 어린아이 가 홀로 매달려 있었다. 어디선가 한 남자가 달려와 벽을 타고 있었다. 1분도 채 되지 않는 동안 5층 높이를 맨손으 로 오른 남자는 아이의 팔을 덥석 잡아 베란다 안으

  • 정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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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8 666호 커피와 하루

첫번째커피“가마솥더위가 기승을 부리겠어요. 벌써 해가 쨍하네요.”거위님이 그렇게 말하며 하늘을 보자 다른 네 사람이 고개를 꺾는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광인의 머리카락처럼 흩어져 있다. 군더더기 없이 파랗고 단순하게 하얘서 사실 습하고 뜨거운 가마솥 이미지를 떠 올리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누군가는 텔레비전 사극에서 배우가 솥뚜 껑 여는 장면을 그리고

  • 심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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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8 666호 내가 나를 모른다

유리벽 너머에서 낯이 선 얼굴 보인다 한 발자국 건너가면 닿을 듯한 거리인데 무수한 세월 끝자락 내가 나를 모른다어렵게 건너온 길 주섬주섬 일어선다 도란도란 속삭이는 흔적처럼 남은 추억 저기에 있는 얼굴이 내 얼굴인가 아닌가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너를 보며생각은 생각대로 갈팡이는 대로변참 나는 어디 있을까 화두 하나 삼키

  • 추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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