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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8 666호 네임리스(Nameless)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지난 수십 년간에 걸쳐 미대륙을자동차로 동서남북 ㅁ자로 한 바뀌 돌았다. 28개 주를, 그것도 시골길을 골라 다녔다. 남부를 달릴 때는 존 스타인벡이 쓴「분노의 포도」에 나오는 Rt. 66, 지금은 Rt. 10과 많이 겹 쳐 없어졌지만 얼마 남지 않은 곳을 찾아다니면서 소설에 나 오는 이야기를 되살여 보곤 했다. 사실 1930년대만

  • 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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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8 666호 제주올레 또 올래

‘갈매기의 항구’, 제주 한림항의 아침은 정박한 어선들 사이로 갈매 기도 무리 지어 졸고 있다. 멀리 한라산 옆구리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한림 올레14길’이라는 조형물 앞에 발자취를 남기고 가벼운 발걸음을 옮겼다. 한림항에서 월령까지는 내내 비양도를 눈에 담고 걷 는다. 걸을수록 조금씩 돌아앉는 비양도의 앞과 옆모습을 빙 돌아가며 조망할 수 있었다.

  • 강수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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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8 666호 물〔水〕은도(道)에 가깝다

족욕(足浴)이 나처럼 몸이 차가운 사람에게 좋다고 하여 이삼일에 한 번씩 계속 해오고 있다. 30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지만 욕조에 발을 담 그고 그냥 앉아 있기가 무료하여 읽고 싶은 책과 안경을 챙긴다.최근에 읽은 책 중에『노자도덕경』이 있다. 문고판으로 발간된 이 책 은 여든한 개의 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든한 개의 장이라고 하지 만 짧은 글로 짜

  • 韓明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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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8 666호 소리

웬일로 녀석이 꾸벅 인사를 한다. 표정은 여전히 시크하 다. 제 엄마가 미는 유모차에 앉아 인사를 하곤 이맛살을 잔 뜩 구기며 딴청을 한다.제 엄마와 내가 눈짓하며 웃으니 제 흉보는 것을 눈치챈 모양, 뭔가 불편하다는 듯 유모차를 흔들며 어서 가잔다. 녀 석은 신생아 때 참 많이도 울었다. 무슨 아기가 잠도 없는지 꼭두새벽부터 깨어 쉬지도 않고 울어댔다.

  • 유헬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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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8 666호 오지랖 넓은 세상에서의 자유 찾기

우리 아파트는 지은 지 오래 되어서 노인들이 많이 산다. 관리소장 말로는 입주민의 평균 나이가 70세라고 한다. 어 린이 놀이터에는 손주를 돌보는 할머니 할이버지를 쉽게 볼 수있다.어느 날, 나는 집 근처의 맥도널드에 갔다. 한 할머니가 손 자와 함께 와서 늦은 점심을 즐기고 있었다. 갑자기 조용한 공간을 헤치고 어린아이의 큰 소리가 들렸다.“할머니, 억지

  • 안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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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8 666호 이처럼 사소한

영화 <말 없는 소녀> 를 감동 깊게 봤다. 원작가를 찾아보 니 아일랜드 작가 클레어 키건이다. 2021년 부커상 최종후 보에 올랐던 소설「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반가움에 주문했 다. 신형철 교수의 추천이라며 월계관 로고 3개가 방긋하고 있다. 적극적 진심일까에 나도 잠시 방긋, 그러나 중요하지 않다. 달구어진 열의로 첫장을 열었다.묵직한 작품은

  • 권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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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8 666호 인간은 늦된 동물인가

그림에 문외한인 나는 가끔 미술작품에서 진하게 문학을 느낄 때가 있다.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는 내 눈에 하릴없는 문학작품이다. 대상 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사경산수화와 비교해 보면 확연히 다르다. 진경 산수화의 화폭에는 무한한 이미지가 숨쉬고 있다.남들의 글을 읽을 때마다 눈에 띄는 대목들을 창작 노트에 꾸역꾸역 옮겨 적는 습관은 오래 되었다. 그들의 설

  • 홍혜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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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8 666호 외손자의 군사우편

진해군항제가 끝나갈 무렵 벚꽃잎들이 하늘하늘 대지에 흩날린다.어느 날 편지함에 군사우편 하나가 날아든다. 해군사관후 보생으로 훈련 중인 외손자의 편지라고 짐작이 간다. 아마 도 할머니가 부쳐준 위문편지에 대한 답장일 터이다.노을빛 하도롱 봉투를 정성스레 열어 본다. 깨알 글씨로 알알이 새기듯이 촘촘하게 공들여 쓴 편지지 두 장이 다소곳 하다. 연분홍과 파랑

  • 서현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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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8 666호 petty3on@naver.com

춤인지 노래인지 가수 싸이(psy)의 <강남 스타일> 앞에서 지구촌이 들썩인다. 아프리카 어떤 소년도 쿵덕쿵덕 춤추 고, 유럽의 어떤 할머니도 쿵덕쿵덕 부끄러움을 잊었다. 쿵 덕쿵덕 <강남 스타일>이 천하통일을 했다.세련되어야 할 강남 스타일을 뚱뚱한 싸이가 싼티 나게 망 치는데, 그게 좋아죽겠다는 듯 모두 열광한다. 온갖 세상 사 람

  • petty3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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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8 666호 첫사랑의 기다림처럼 첫문장을 기다렸다

“미경아, 미경아. 겁에 질린 건넌방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초등학교 4학년, 나의 여름방학 일기 첫 대목이다. 개학 후 수업시간에 담임선생님이 나를 세우고 일기를 칭찬하시던 장면은 내 생의 신화 적 순간일지 모른다.그날 우리 집에 도둑이 들었고 놀란 아주머니가 혼자 있던 나를 확인 하느라 혼비백산하던 날의 일기를 그렇게 시작한 것이다. 도둑을 잡

  • 박미경수필가·한국문인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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