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작 발표 2026년 9월 1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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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을 오르는 것은 산을 오르는 일이 아니라 기억을 오르는 일이었습니다. 제주의 눈부신 풍경 뒤에 묻힌 아픈 역사와 그 오랜 침묵 앞에서 걸음을 멈추곤 했습니다. 상처마다 생명의 언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사람의 체온이 깃든 일상과 지나간 시간의 결, 가족과 이웃의 이야기가 문학의 깊은 뿌리임을 깨닫습니다.
역사의 침묵 앞에서는 오래 머무르고, 사람의 삶 앞에서는 쉽게 단정하지 않는 글을 쓰겠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향해 한 걸음 더 다가가는 문장, 읽는 이의 가슴에 오래 머무는 글로 누군가에게는 위안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다시 걸어갈 힘이 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천년을 버티는 한라산의 구상나무가 혹독한 바람과 눈을 견디며 제자리를 지키듯, 저 또한 활자들의 미로에서 수없이 길을 잃고 다시 길을 찾으며 문장들을 완성해 가겠습니다. 오늘의 수상은 지난한 시간 끝에 내린 단비 같은 격려로 오래 간직하겠습니다.
부족한 글 따뜻하게 품어주시고 믿어주신 심사위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눈 속의 붉은 동백은 아름다움보다 기억을 먼저 피워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