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5회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작 발표 2025년 9월 1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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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빛이 있으라 명하시니 이야기들이 튀어나왔다.’ - 무명 씨
다산 정약용 선생이 귀양살이 20년 동안 글을 읽고 책을 짓다가 복사뼈에 구멍이 세 번이나 뚫렸다는 ‘과골삼천(㎪骨三穿)’ 앞에서 부끄럽기만 합니다. 진실하고 정직한 글쓰기를 강조했던 헤밍웨이 앞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이제는 창작까지 아우른다는 AI로 야단법석입니다. 그리스어 파르마콘(Pharmakon)은 약과 독을 뜻한다고 합니다. AI는 결국 파르마콘으로 인간과 동반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인간 고유의 예술성, 상상력이란 독보다는 약으로 동작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과욕은 금물. 만일 사이비 약으로 전락한다면 그 또한 더욱 악취를 풍기는 독이 되겠지요.
인간의 가치와 품격 그리고 윤리관이 AI에 침탈되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작품 하나를 내놓기 위해 자기 머리칼을 쥐어뜯는 AI 쇳덩어리가 등장한다면 당장 지옥으로.
‘돈이 없지 글감이 없냐?’ 어설프게 가오 잡았던 날들이 휘리릭 지나갑니다. 얼굴이 뜨뜻해집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작품을 선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근사하고 멋진 작품들이 많았을 터인데 그분들께도 어서 기쁜 날이 오기를 진심 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