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보았는가구름이 하늘을 가리고하얀 꽃눈을 내려주는 것을지붕 끝에 그리움 피고산자락에 바람을 타고영혼처럼 자유롭게 떠다니다살포시 내려앉는 그대부서지는 햇살 아래흥얼흥얼 노래 부르다거꾸로 매달린 세월처럼눈물 꽃을 내리며 자라네
- 박소연(강원)
그대 보았는가구름이 하늘을 가리고하얀 꽃눈을 내려주는 것을지붕 끝에 그리움 피고산자락에 바람을 타고영혼처럼 자유롭게 떠다니다살포시 내려앉는 그대부서지는 햇살 아래흥얼흥얼 노래 부르다거꾸로 매달린 세월처럼눈물 꽃을 내리며 자라네
태양은 시절의 불변으로 운행하고지구가 추계의 궤도에서 공전할 때대기는 바람으로 산의 능선에 내려온다낙엽 하나 소리없이 낙하할 때산의 나무들의 세계에세상의 고요가 침묵으로 다 모여 있다낙엽 둘 첫 찬서리에 성급하게 붉은 색칠하고 푸른 이파리 위로오직 한 송이 붉은 꽃으로 피어난다낙엽 셋 야신의 가을 전령으로계절을 맨 먼저 달려와서 소식 전하고이웃 잎
‘있으라’잉태된 말에 천체는혼돈의 산실 속에서도 태동을 시작하고산고를 치른 우주는 기쁨의 빛을 뿌리며마침내‘그대로’되었다말은해와 달과 별들을 하늘 모서리마다 걸어두는 것 바닷길을 내어 고래들을 춤추게 하는 것살아있는 것들로 수런거리게 하는 것하늘의 말을 생각하다내가 뿌린 말의 씨앗 날아다니다슬프고 아픈 간절한 영혼 쪼그려 앉는 그 어딘가보일듯 말듯
산높고골깊은삼봉산 자락눈 녹아내려골 지어 흐르다손잡고 고을을 적셔주네촉촉한 비흠뻑 더 내려넉넉한 우수(雨水) 되면 두물이합친터길동(吉同)*만산(滿山)에홍화(紅花)요. 들 따라 물 따라 백화(白花)니푸른 하늘과 어우러진 우정의 도원(桃園)이로다.*永同=二水同.
이사할 때마다 책을 수없이 떠나보냈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용케도 남은 책들다시 읽어보려고 놔두었던 책들까지도 끝내 버리고 왔었지어떻게 사는 게 가치 있는 삶인지아직도 모르지만내면을 소중히 가꾸는 책을 꽂아두고 싶다손길이 가장 가까이 닿는 곳에상념의 흔적이 묻어 있는 일기장과내 삶의 길잡이가 된 국어사전이 꽂혀 있다언젠가 홀로 떠나는 날내가
낯설다무뎌진그 일상에점점 더 멀리 더 깊이침잠하다 다시,희미해진 그림자 속에서작은 빛을 헤아려 본다눈동자에 담긴 세계고요한 호수 같기도 하고깊고도 어두운 바다 같기도 하다 세월이 새긴 굵은 선들이 얽히고 희망과 눈물이 머문 자리아직도 어렴풋이 남아 있는 손끝으로 써 보는 감성익숙하면서도 낯선오래 전 희미해진 꿈의 조각들
밀려오던 동해의 파도 부서진 물안개해금강 휘감고 백두대간 덮은 새벽안개 뚫으며 불쑥불쑥 솟아오른 장엄한 줄기의 산세헤어진 가족들의 한숨 소리가가로막힌 철조망 가시마다 맺힌 이슬 되어 늦가을 바람에 가지마다 열린 상고대가 쏟아지는 햇살에 온 산이 하얀 오얏꽃처럼눈이 시리도록 피었구나저녁노을 등에 업은 기러기 떼 남으로 날으고&nbs
볼록한 연심(戀心)풍선처럼 부풀어농익은 젖줄쪼아먹이는이 간지러움이야절반 덩실 남아뾰족한 부리 기다리는이 애타는 즐거움이야
가난했다.부신 햇빛 속에서도 여자는 가난했다여자의 촉수들이 하나 둘 꺼져 갈 때뱀의 눈에서 피어나는 꽃들은노랗다, 빨갛다 여자의 속살처럼 하얗다바람이 불기 전부터몸이 흔들렸다승냥이처럼 보폭을 낮추는 바람의 진동은 여자의 발가락 끝에서 시작되었을까,시선 끝이었을까짐을 싸는 여자의 손가락을 타고 흐르는 강이보따리 속으로 흘러든다.보따리를 적시는 물들이
사랑했으나사랑을 몰랐네.죽음의 깊은 구덩이에내 몸을 내던졌지.죽음의 언저리,물이 없는 메마른 땅에서날살린것은오직주님의 손길이었네.꿈꾸던 요셉처럼,그 구덩이에서 간신히목숨을 건졌네.그리고 깊은 어둠 속에서잠자던 내 영혼이 부스스 깨어났네.성육신의 사랑,그 깊이를 배우기 시작했지.죽어야 비로소 사는그 십자가 언덕길을 알았네.구덩이 같은 인생,절망의 캄캄한 어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