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3회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작 발표 2025년 3월 1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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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시골길을 걸어가 보았다. 황량한 들녘을 만나고 싶었고 그 길에서 태고의 고요를 맛보려 했는데 뜻밖에도 이곳저곳에서 봄을 준비하는 소리가 들렸다. 복숭아나무 전지를 하는 농부의 손길도 바쁘고, 아직은 비닐하우스에서 추위를 견디고 있는 포도나무들의 군상들도 이미 솜씨 좋은 농부에 의해 몸단장을 끝내고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생명이 샘솟고 아름다움이 커간다는 사실은 기차를 타고 올라오는 내내 나를 뒤따랐다. 수필도 이와 다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가졌다면 그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이었다.
잊고 지냈는데 낯선 전화 한 통화. 설마 무엇을 확인하는 전화이겠지, 했는데 귀를 의심하게 한 당선 전화였습니다. 아, 나는 아직 복숭아 전지도 덜 끝난 상태고 포도나무 가지도 엉성히 내버려두었는데, 나의 복숭아와 포도나무를 위하여 거름포대를 보내 오셨구나. 오솔길도 내어 주셨구나. 당황스럽지만 너무 기뻤습니다. 더욱이 내가 꼭 들어가고 싶었던『월간문학』이기에 더욱 힘이 났습니다. 또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부족한 글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늦깎이 수필가라며 늘 걱정을 아끼지 않으셨던 문우들의 얼굴도 떠오릅니다. ‘늦을 때란 없다’는 신조를 가지고 좀 더 부지런히 밭을 일구는 농부의 마음으로 수필이라는 농사를 짓겠습니다. 그러면 나의 밭에도 먹음직한 복숭아가 열리고 달콤한 포도도 익어갈 날이 오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