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회 신라문학대상 당선작 발표 2025년 01월 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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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습니다, 덤이 된 줄은. 전화받고 좋아하다 정작 중요한 건 나중에 알았습니다. 괜찮습니다, 덤으로 상을 받았습니다. 덤을 말하기는 아직 이른가요. 육십도 안된 사람이 덤은 이른가요.
이번 상을 받은 작품 속에서도 그런 말을 했지만 덤도 덤으로 얹히기 전까지는 같은 박스같이 담겼던 것이니 덤이라 해서 문제일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제 4년 남짓 남은 정년 혹은 아직 4년이나 남은 정년이 어떻게 말을 해도 정년 이후의 시간은 덤만 같습니다.
2017년경 직장 선배 중에 출중한 시조시인이 계셨습니다. 여러 큰 상을 받았다고 하였으나 관심 밖이었습니다. 마침 백수문학상 시상식에 함께 참석하면서 시조를 달리 보게 되었고 시조시인을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로부터 한참이 흘러 수삼년 전부터 나도 한번 시를 써보자는 생각과 함께 정완영 선생님의『시조창작법』을 사면서부터 시집을 사모으고 무작정 따라 썼습니다.
여러 곳에 응모도 하고 응모한 만큼 줄줄이 낙방도 했습니다. 사실, 45글자 정도의 시조가 만만해서 시조를 써봐야지 하는 생각이 먼저였습니다. 아, 이게 갈수록 만만한 일이 아닌 걸 뒤늦게 알았습니다.
어쩝니까, 이미 늦었습니다. 시조는 나의 생활이 되었습니다. 퇴근 후 잠자기 전까지 시집과 시조집은 늘 즐거운 일입니다. 읽고 쓰고 특별한 곳을 따로 써서 모아 두고 낯선 말도 모으고 특별히 좋아하는 시인의 시집을 통째로 필사해서 나만의 시집을 만들고.
아껴둔 말입니다.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신라문학대상을 받으면 등단으로 본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 무게가 보통이겠습니까. 몇 날 며칠 무게에 눌려 즐거워하고 자랑하겠습니다.
그리곤 열심히 시조를 쓰겠습니다.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와 그늘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