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2회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작 발표 2024년 12월 172호
51
0
길은 걷는 이에 따라 다른 품을 내어 준다는 걸 알았습니다. 어둡고 구석진 방 안 가득 쌓인 아버지의 양식은 책이 전부였습니다. 퀴퀴한 종이냄새에 배인 그리움은 나로 인해 틈만 나면 긁적거리는 습관을 만들었고, 40년 간 작은 책상에 쭈그리고 앉아 일기를 썼던 엄마의 일상은 자서전 그 자체였습니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두 분의 삶은 제가 작가의 길을 갈 수 있는 터입니다.
그 길을 잊고 살아가다 3년 전 우연히 알게 된 기형도문학관 시 창작 교실에서 시를 먼저 접했습니다. 한 편의 시가 탄생되기 전까지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이 시작 노트에 빼곡히 심어졌습니다. 이것이 글의 열매가 되었고 작년엔 현대경제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이 되었는데 이번엔『월간문학』에서 수필 부문 신인 작품상을 받게 되어 너무나 기쁘고 영광스럽습니다.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꿋꿋하게 제 삶을 살아가신 부모님처럼 꾸준히 작가의 길을 가려고 합니다. 그러나 세상과 단절됨이 아닌 소통하고, 때론 꿈을 잃은 사람들도 자신의 길을 걸을 수 있게 빨간 등대 같은 글을 쓰고 싶습니다. 또한 광명시 철산도서관 시니어글쓰기 정지선 선생님, 작년엔 서평쓰기 수업과 올해는 에세이 수업을 무료로 듣는 영광을 얻었는데 이렇게나마 노고에 보답할 수 있어 감사드립니다. 특히 김영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의 깊은 가르침은 인생의 한 페이지에 갇혀 있던 제 자신을 맘껏 펼칠 수 있게 문을 활짝 열어 주었습니다. 그 문으로 들어오는 삶의 모든 것이 작품으로 탄생할 수 있도록 길 잃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끝으로 어떤 길을 가도 내 꿈을 부축할 요셉,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