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2회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작 발표 2024년 12월 1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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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링해 얼음장 같은 물에 빠져 허우적댔습니다(졸작「북위 구십도」). 시상은 얼어붙어 글은 점차 메말라 갔습니다. 어느날 달포나 쌓였던 허상은 소프트 아이스크림처럼 녹아 부서지며 저는 느닷없이 날개를 달고 솟구쳤습니다.
알 수 없는 비상의 힘은 제 것이 아니었습니다.
미스 코리아 같은 글을 쓰려 했습니다. 그러나 번번이 명사는 간 곳 없고 동사는 풀이 죽고 조사는 멋대로 돌아다니고 형용사만 춤을 추었습니다. 고운 눈을 그리려다 실눈이 되고 허리는 볼품없이 굵어지고 다리는 휘어지곤 했습니다. 그래서 보디 빌더에 도전했습니다. 스쿼트 벤치 프레스 등 생소한 동작에 그만 몸의 균형을 잃었습니다. 근육은 여전히 보잘 것 없고 되레 몸은 아프고 쑤시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미스 코리아와 보디 빌더의 접점은 없었습니다. 아리따운 몸매를 과시하고 단단한 이두박근을 보여주면 될 것이라는 오만함이 빚은 참사였습니다. 둘 다 가지고 싶고 그런 시를 쓰고 싶었던, 수업료를 좀 치른 제 욕심이기도 했습니다.
베링해에서의 비상의 힘이 제 것이 아니었듯이 미스 코리아나 보디 빌더도 아직 제 것이 아닌가 봅니다. 그저 그 곁에 설 수만 있다면 바랄 게 없습니다. 그 곁으로 가는 길 이제 조금 열렸습니다. 좁은 문 열어주신 여러 선생님 고맙습니다.『월간문학』고맙습니다. 꾸준히 걸어가겠습니다. 제 것을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