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2회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작 발표 2024년 12월 1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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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늘 그 자리였습니다. 저만 쉽게 달아오르다 금방 식어버리기 일쑤였습니다. 시는 손 짓하지도 달아나지도 않았습니다. 제 마음만 죽 끓듯 변덕이 심했습니다. 시를 앓으며 시를 잡으면 시가 아니었습니다. 시의 환심을 사지 못했습니다. 시의 마음도 열지를 못했습니다. 오랫동안 시와 거리를 두고 살았습니다. 시를 잊어도 일상은 여전했고 시 없이도 평온한 내일이 찾아왔습니다. 다만, 마음 한구석 그리움만은 어쩌지 못했습니다. ‘다시’와 ‘이제서야’ 사이… 다행히 가상한 ‘다시’가 용기를 내주었습니다. 다시 종종걸음으로 시를 찾아 나섰습니다.
조락조차 황홀한 가을, 침잠하는 인생의 가을, 마침내 시가 제게로 다가왔습니다. 설렘은 설렘대로 부담은 부담대로 품고 가려 합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제 시를 호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탁월하지 못함을 치열함으로 대신하겠습니다. 낮고 작고 소외된 것들을 따뜻하게 담아내도록 정진하겠습니다. 새길에서 해찰하며 주저앉으며 노래 부르며 다시 내려서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