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2회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작 발표 2024년 12월 1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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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박차고 뛰쳐나온 세로 경주견처럼 질주하지. 네 다리 모아 웅크렸다 온몸을 튕겨 내지. 바닥을 발판 삼아 다시 튕겨 오르지. 공기 입자들이 화들짝 비켜서지. 세로가 일으키는 먼지에 아침이 콜록대지.
세로는 뒤돌아보지 않지. 빈틈을 가로채며 앞지르기만 골몰하지. 세로를 뒤쫓으며 세로에게 뒤쫓기지. 산을 뚫고 달려가지. 바다를 건너 달려가지. 새로 세로를 찾아 지름으로 내달리지.
횡단보도 초록불, 세로 사이 가로를 끼워 넣지. 세로를 싹둑 가위질하지. 세로가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리지. 가로는 괄호를 펼쳐 세로를 막아서지. 들썩거리는 괄호를 온몸으로 버텨내지. 지나치 는 가로에 괄호를 닫아걸자 호소하지.
괄호에 가로막힌 세로 발톱을 긁으며 부술 듯 아우성이지. 괄호를 짖어대며 뛰어넘을 듯 발버둥이지. 세로의 몸부림에 가로가 밀려나지. 가로막던 가로가 깜빡거리지. 그만 무너지고 말지. 가로를 가로질러 세로가 달려가지. 멈추려야 멈출 수 없는 천형처럼 질주하지.
횡단보도 건너며 가로를 생각하지. 세로를 가위질하던 가로들을 추모하지. 튼실한 괄호를 세워 세로를 멈춰 세우는 꿈. 상처투성이의 꿈에 괄호 치며 세로를 횡단하지. 앞발을 동동 구르는 세로의 퀭한 눈을 보며 헐떡거리는 입가에 흘러내린 거품을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