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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분

책 제목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작 2024년 06월 1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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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분

한 생애를 녹여 낸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미 감가상각이 많이 진행된 나이에 그림자 속에 묻혀 있던 영혼이 마음의 지진을 몰아내고 평온하게 지고 있다.

수필 세 편에 내 삶을 드리우는 글쓰기는 내 발을 묶어야 했다.

세속의 길 위에서 나를 재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글쓰기를 하는 동안 내 어머니의 절대적인 신뢰가 자양분이 돼 주었다.

읽는 정도로 만족하고 정신적인 유희로 세월을 보내고 있을 때 떠나시면서 임무를 남겨 주셨다.

어머니의 유품, 언제 쓰셨는지는 모르지만 거칠고 두툼한 손으로 작은 칸에 또박또박 경필로 정리해 두신 천자문과 사자소학 등등. 가신 뒤에도 딸자식이 염려되었는지 침묵으로 내 손끝에 에너지를 모아 주셨다.

저온에서도 아름다운 꽃은 핀다. 그늘 속 혼돈의 질서를 세우고자 읽고 또 쓴다.

녹록지 않았던 글쓰기, 멈출 수 없었던 이유는 어머니의 거룩한 사랑이 나와 공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슬픈 위안이 되어 주었던 수필은 내 정신을 일으켜 세웠다.

물심양면으로 지지해 준 딸아이들이 한없이 기특하고 고맙다.

먼 훗날 절대적인 어미의 신뢰가 딸아이들에게 자양분이 되어 주길 바란다.

저에게 일필휘지를 위한 영광스러운 길을 내어주신 월간문학 관계자분들과 심사위원들께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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