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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선으로 익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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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재

책 제목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작 발표 2026년 6월 1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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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재

오래도록 당신의 숲 가장자리에서 서성이다가 마침내 한 발을 들여놓습니다. 나뭇잎 사이로 새어 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향기를 맡으며 쉽사리 다가서지 못하고 나는 늘 바깥에서만 맴돌았습니다.
당신은 오래전부터 아주 낮은 목소리로 나를 불렀습니다. 바람처럼, 때로는 빗방울처럼 문을 두드리는 그 미세한 신호들을 나는 자주 놓쳤고 가끔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당신의 발자국 소리가 나의 심장 박동과 닮아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이 조용히 다가와 멈칫거리며 되돌아가는 그 리듬이 내 안에서 반복되고 있음을. 가슴 한쪽 오래 묵혀두었던 떨림은 설명할 수 없는 갈망이었습니다. 나는 그것을 외면하기도 했고 생활의 틈에 밀어넣어 기도했습니다. 그러나 갈망은 오히려 더 깊은 곳으로 내려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제 그 간절했던 감성들을 손에 쥐어봅니다. 아직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 언어들, 형태를 갖추지 못한 채 흐릿하게 맴돌던 감각들을 얇게 깎아 조심스럽게 종이 위에 눕힙니다.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척박한 평면 위에 내 안의 것을 옮겨 놓는 일은 언어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언어에게 나를 내어주는 일. 오래토록 신음에 젖은 말들이 침묵 속에 묻혀 있던 문장들이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립니다. 재잘거리며 나를 흔들어 깨웁니다. 나는 그들의 손을 잡고 숲속으로 들어갑니다. 아직 이름 붙지 않은 누구의 입에서도 발음되지 않은 것들이 연둣빛으로 흙을 밀어 올리며 미세하게 올라옵니다. 등단이라는 빛을 따라 시의 숲으로 들어가 한 그루의 나무가 되고자 종이 위에 나를 눕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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