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5회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작 발표 2025년 9월 1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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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지구를 밟고 올라서자
손을 뻗어 제일 캄캄한 공간에 나를 꽂아줘
구겨져도 괜찮아 금박처럼 펼쳐져 빛날 거니까
서서히 솟아오르는 태양의 광채가 눈동자에 스며들어
내 심장이 달아오르면 온몸이 전율해서
소름처럼 불꽃이 돋아나 스스로 빛을 낼게
자결하듯 박히고 유성처럼 타올라도
무한의 공간에서는 상처도 진공이 되어 아프지 않아
우주 꼭대기에서 자유로 허리를 묶고 두 팔 벌려 소리쳐
외치는 소리는 추락할 때마다 빛이 돼
너에게 닿을 때까지 크게 외칠게
내 빛에 담은 이 짜릿한 해방을 함께 느낄 수 있게
너는 고개 들어 나를 바라봐
너의 눈동자 거기 맺힌 아픔을 내가 읽어서
잊고 싶을수록 팔목에 그어지듯 선명해지는
젊은 날의 상처와 너무 이른 후회들
우주의 끝자락까지 들춰봐도 찾을 수 없게
블랙홀로 던져서 영원히 봉인할게
너는 나를 노래해 줘
내가 빛에 눈이 멀어도
너의 목소리 그 목청의 떨림을 따라서
나도 내 몸을 흔들어 반짝일 거야
소리 내지 못하는 울음도 내가 들어서
손가락 같은 빛으로 너의 젖은 얼굴을 매만져줄게
다시는 혼자 두지 않아
영원한 너의 별이 되어 줄게
너도 누군가의 별이 되어 빛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