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작 발표 2026년 3월 1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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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편의점
천장에 매달린 조명이
겨울 빛처럼 밝다
붙박이 냉장고의 숨이
한 계절을 왔다 갔다 한다
컵라면 진열대 앞에서 청년이 멈춘다
최근에 본 것들이 줄지어 서 있다
고르는 일은 유년의 기도처럼 오래 걸린다
그는 바깥 유리를 바라본다
자신의 얼굴이 바깥에 더 가깝다
유리 안쪽에 몸은 있지만
표정은 유리 바깥에서만 살아난다
주머니에서 짧은 진동이 울린다
그 짧음이 오늘의 안부를 대신한다
문장보다 빨리 지워지는 안부
그는 화면을 끄고 눈을 감는다
그의 손은 어디에도 닿지 않는다
어느 어깨에도
자신의 무릎에도
닿지 않음이 차곡차곡 쌓인다
자동저장 중이라는 표시 없이
그의 오늘은 겹쳐 저장된다
그가 편의점 밖으로 나오면
새벽의 습기가 빰을 가만히 문지른다
누구의 이름도 부르지 못한 채
자신의 이름조차 낮게 삼킬 때
멀리서 첫차의 불이 다가온다
차창 안에 사람들이 한 줄로 앉아 있다
안부는 없고 일정만 있다
그 모든 일정이 누군가의 가슴에서
작은 불씨로 깜박이는 동안
주머니에서 또 한 번 아주 짧은 진동이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