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2024년 11월 월간문학 2024년 12월 6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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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흑 꿱!"
목을 부여잡고 고통을 호소하는데, 아내는 내 의자 뒤로 와서, 나의 배꼽과 명치 중간에 양손으로 복부의 윗부분을 후상방으로 힘차게 밀어 올린다. 나의 기도에서 한 말의 약이 튀어나왔다.
“휴∼.”
간편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몇 가지 비타민과 영양 보조제를 복용할 때 대개는 식도로 넘어가고 한 알이 기도에 걸린 것이다. ‘잘 나가다가 우루과이로 빠진 격’이다. 이처럼 이물에 의한 기도폐쇄를 치료하기 위한 복부 밀어내기 방법을‘하임리히(Heimlich)법’이라고 영양보호사 양성 표준 교재에 소개하고 있다.
인체의 목에는 코나 입으로 호흡할 때 공기가 흡입되는 길인 기도와 입으로 음식물을 삼키는 식도가 앞뒤로 나란히 있다. 앞에 있는 것이 기도이다. 음식이나 약 그리고 다른 물질이 식도로 넘어가지 않고 기도로 넘어가면 그 물질의 종착점은 폐에 이른다. 폐는, 소진드기가 배설하는 항문이 없듯이, 들어온 물질을 밖으로 내보내는 통로가 없어서 폐에 상주하게 된다. 이를테면 하임리히법으로 토하지 않고 폐로 들어갔다면 시간이 흐르면서 그 약은 부패하게 되고 염증이 생기는 데 그것이 폐렴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식도로 넘어갈 음식물이나 약이 기도로 내려가다가 막히면 폐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질식하게 된다.
주변에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이물의 종류와 위치를 확인하고 갑작스러운 기침, 구역질, 호흡 곤란이나 청색증 등이 있는지 살펴봐야 하고 응급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 가족 중에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소지하거나 그에 준하는 교육을 받은 이가 있다면 119에 전화할 필요도 없고 심지어 골든타임을 걱정할 필요조차도….
우리 부부는 세 살 차이로 금년 들어 모두 산수에 진입했다. 어디서 정보를 입수했는지 느닷없이 제안한다.
“여보, 우리 요양보호사 되어 봅시다.”
“요양 보호를 받아야 할 나인데 요양보호사라니! ”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하면 서로 돌봐주고, 그러면 국가에서 지원도 해 준다니 도랑치고 가재 잡는 형상이라는 것이다. 다만 74세 미만은 연수 비용을 국가에서 보전해 주지만 그 이상은 개인 부담이라는 아쉬움이 있었다.
‘요양 보호를 받을 연령인데….’
아내의 제안을 받아들일 명분이 분명해졌다. 요즘 남성들은‘세 여인’의 말을 잘 들어야 무탈하다고 회자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 여인’이란 첫째가 운전할 때 길 안내를 아주 친절하게 해주는 내비(내비게이터)이고, 다음은 골프장의 캐디, 마지막은 두말 하면 소설인 영원한 동반자, 아내란다.
정확히 1980년 2월 25일이었다. 다음날이 대구의 K대학에서 학위수여식이 있는 날이다. 교육대학원 행정실에서 수여식에 참고할 사항을 사전에 숙지할 일이 있다고 해서 직장에 조퇴를 하고 캠퍼스에 발을 들여 놓았다. 후문에 들어서면 우측은 아래와 위가 거대한 운동장이고, 좌측은 둔덕 절개지인데 축대를 쌓았다. 며칠 전 학부 시험이 있었는지 출신교 후배들이 선배들의 합격을 응원하는 방이‘왔노라. 쳤노라, 붙었노라! ’를 비롯해 거의 끝부분인 시계탑 근처의 것이 눈길을 끌었다.
<합격 4대 작전>이 그것이다.
시험관의 맹인화, 책상의 노트화, 수험생의 이웃화, 시력의 극대화.
1970년대 북한에서는 <군사 4대 로선>이 있었다는 사실을 어느 잡지에서 본 듯하다.
전국토의 요새화, 전인민의 무장화, 전군의 간부화, 무기의 현대화.
선배들이 시험을 잘 보라고 격려의 방을 제작할 때 북한의 <군사 4대 로선>을 참조한 듯하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은 취득했지만 틈틈이 내용을 숙지하려 한다. 이 다음 요양 보호를 받아야 할 경우가 되어도 자녀들에게 전적으로 의지한다는 세태는 지난 지 이미 오래다. 그들도 생활과 생계가 있고 그들의 자녀가 있는데….
자녀가 독립하여 집을 떠난 뒤에 노인부모가 경험하게 되는 슬픔, 외로움과 상실감을 의미하는‘빈둥지증후군’이 노년을 슬프게 할 듯하다. 직접 노인부모를 봉양하는 일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데 한 가닥 희망이 보이는 가족제도가 있다. 수정확대가족(修正擴大家族; modified extended family)이 그것이다. 이는 노인부모가 자녀와 근거리에 살면서 자녀의 보살핌을 받는 가족형태이다.
자녀가 직장이나 바쁠 시간대엔 장기 요양 급여에‘재가 급여’제도가 있어 방문 요양, 방문 간호, 방문 목욕, 주·야간 보호, 단기 보호 그리고 기타 재가 급여를 받을 수 있다. 평소에 생활하는 친숙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고 사생활이 존중되고 개인 중심 생활을 할 수 있는 노인 요양 복지 제도이다.
요양보호대상자가 되면 가장 난처한 것이‘의사소통’인 듯하다. 물론 개인차가 존재하지만, 노인성 난청과 시각 장애, 언어 장애, 판단력과 이해력 장애에다 소위 ADHD라 하는 주의력 결핍 및 과잉 행동 장애 그리고 연수 받으면서 처음 만나게 된 시간 장소 환경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에 이상이 생긴 상태로 치매, 의식 장애, 낮은 지능 등이 원인인 지남력 장애(指南力 障碍; disorientation)가 있는 경우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다.
의사소통을 효과적으로 하는 방법으로는‘나-전달법’이라는 것이 있다. 대상자의 말을 경청하고 공감하고 상대방을 비난하지 않고 상대방의 행동이 나에게 미친 영향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하는 표현법이다. 말하기 등의 기술을 익힌다면 요양 대상자의 심신이 안락하고 편안할것만같다.
그러기 위해서 자기들이 갓난아기 때부터 사랑과 보배로 키워준 부모에게 사랑으로 존경으로 정성으로 빈말이라도 좋으니 위로해 주었으면 하고 소망해 본다. 잘 태어나는 것(Well-born)은 부모 몫이고, 잘 살고(Well-being) 잘 늙고(Well-aging) 하는 것은 자기 몫이고, 잘 죽는 것(Well- dying)은 자식 몫이 아닐진저.
카이사르의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를 본따 <왔노라, 쳤노라, 붙었노라>라 했든, 북한의 군사 4대 로선을 본따 <시험 감독관의 맹인 화, 책상의 노트화, 수험생의 이웃화, 시력의 극대화>처럼 <전 국민의 요양보호사화>는 어떨지?
우리 인간은 부단히 만나고 헤어지기를 거듭한다. 4자성어로 회자정 리(會者定離)라 했다.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헤어질 때 잘 헤어지는 것이 더더욱 중요하다고들 한다. 항차 부모와 자식 간의 영원한 이별에 서에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