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2024년 11월 월간문학 2024년 12월 6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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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투는 소리가 요란하다
옷장을 열자 후딱 나서는 고요
화급히입다문어둠속에
꼬리를 채 말지 못한 아우성이 아른거린다
출근길 잦아진 안개
도시에 늘어선 유리 탑들이 하얗게 지워지고
걸음마다 관절 부실한 보도블록만 삐걱거려도
햇살을 꿈꾸는 옷가지들은
제 색깔 다듬으며 공손히 매달려 있다
아직 숨 고르는 소리 뜨거운
하늘색 티셔츠와 회색 면바지도
멱살과 코를 다리고 세우느라 분주한데
구겨진 옷깃을 타고 오르는 파도 소리
시큰하다
어제 아침 티셔츠는 바다에 가고 싶었다
언제나 안갯속을 달리는 지하철 안에서
어느 구간, 감긴 눈을 가른 햇살이
이정표에 표백된 오이도에 꽂히자
파르르 흥건해지던 파도 소리
되돌리고 싶은 하루가 승강장에 쌓일 때마다
파도는 점점 솟구쳐 진동하였으므로
바다에 갔어야 했다
자꾸만 주저 앉히는 바지만 아니었다면
바다에 갈 수 있었다는 하늘색 티셔츠
구겨진 불만을 우뚝 세우며 나서지만
오늘은 자주색 티셔츠를 꺼낸다
자주색 티셔츠와 회색 면바지를 걸치고 나서는 아침
안개에 잠긴 거리가 오늘은 반갑다
허리띠만 풀면 떨어져 나갈 바지
자주색 티셔츠에게 거는 기대가 벌써부터 비릿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