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2024년 11월 월간문학 2024년 12월 6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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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한 달빛 아래
미끄러져 들어오는 장수선
숨소리 죽이며 운주당(運籌堂)*에 밀집
통제사 대장군의 계책을 수령하고
죽음으로 충성을 약속하며
선봉장으로 활과 칼을 잡는다
본진을 한산도로 옮김은
호남이 우리 땅의 울타리이니
이 문이 무너지면 나라가 없어짐이니
바닷길을 가로막을 계책을 세웠음이라**
이 몸으로 전진 배치하여
나라의 주인을 지키려 이 목숨이 하나라
오십 년 적송은 판옥선(板屋船)이되고
민초는 거북선이 되어
대장군의 깃발을 바라본다
제승당의 활터는
적장의 목을 노리는 활시위가 당겨진다
진중에서 산화한 영웅들이 호위(虎威)한다.
오늘 노량에서 있을 대첩이
내 생의 마지막이라
수루에 올라 큰 칼 옆에 차고 시름에 젖으니***
한산의 달빛은 애가 끓는다
제승당의 마지막 계책을 수행하라
난중일기의 대서사시가 막을 내렸다
*‘지혜로 계책을 세운다’라는 뜻으로 충무공이 세운 본진 사령부.
**충무공이 1593년 7월 16일 지평 현덕승에게 보낸 편지 내용 인용.
***충무공이 한산섬 수루에서 지은 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