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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의 허세

한국문인협회 로고 김선희(안양)

책 제목월간문학 2024년 11월 월간문학 2024년 12월 6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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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죽도시장
물 좋은 바다를 사려고 지갑을 연다
큼직한 아귀 세 마리가 한 무더기

날카로운 이빨
파도를 싹둑 잘라먹던 기세로
죽도시장에서 버티고 있다

몸의 절반이 입이다
저 큰 입으로 얼마나 많은 바다를 삼켰을까 
끈적끈적한 점액질 파도를 토해내고 있다

거무죽죽한 험상궂은 아귀가 
찢어진 눈으로
모여든 사람들을 쏘아본다

아귀야
너를 알고 있다

무른 속살에 물렁뼈를 숨기고
허세를 부리며
겁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아귀를 보니
큰소리 뻥뻥 치고 뒷심 무르던
옆집 허풍쟁이 아재가 생각난다

아귀도 깊은 바다에 자식을 두고 온 아비였던가 

아직도 떠나온 바다를 생각하며
울컥울컥
멀어져 가는 파도 소리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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