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2024년 11월 월간문학 2024년 12월 6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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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도 아닌 것이 이슬비도 아닌 것이
창문마다 재우고 숨겨버린 하얀 길
아랫집 사나운 개도 고요 속에 잠잠하다
없는 길 잘도 찾아 조용조용 오시는
청보라 재킷 여민 하얀 스웨터 눈부셔
잔잔한 눈매 지긋이 엷은 미소 평온하다
솜사탕 결을 따라 보송보송 오는 이
오 오 보고 싶었노라 몹시도 그리웠노라
보드란 품 와락 안겨 폭신하게 녹아들어
하이얀 두 가슴이 뭉글뭉글 피어나고
사위(四圍)는 침묵하고 요동치는 꽃봉오리
쉿! 암말 하지 마세요 초로(初老)의 아련한 저편을
*는개비: 안개보다는 조금 굵고 이슬비보다는 가는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