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2024년 11월 월간문학 2024년 12월 6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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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장_ 김민정(시조시인·한국문인협회 상임이사)
발표_ 이승하(시인·중앙대 교수), 이오장(시인·한국문인협회 이사), 오길순(수필가·문협 평생교육원운영위원장)
김민정_ 안녕하세요, 오늘 바쁘신 중에도 <한국문학 표절, 근절 방안 모색> 좌담회에 참석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한국문인협회의 상임이사 겸『월간문학』과 계간『한국문학인』주간을 맡고 있습니다.
이번 좌담회를 마련한 계기는, 지난 9월『월간문학』에 실린 정○○ 시인의 시「보리수」라는 작품이 표절이라는 제보가 들어와 확인한 결과 인터넷에 있는 조○○이라는 시인의「보리수와 여인」이란 시에서 제목은 50%, 시 내용은 100% 표절하였음이 확인되었습니다. 본인 정○○ 시인에게 확인한 결과 표절을 인정하였고, 지난 9월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제명 처리하였습니다.
『월간문학』2024년 10월호와 2024년 11월호 편집후기에 이 내용을 공지하였으며, 당사자 정○○ 시인에게 통보하고, 정○○ 시인이 속해 있던 지부에도 통보하여 그곳에서 제명 처리했다는 결과를 통지받았습니다.
또 9월 신인문학상에서는 한 지방의 고등학생 한 명이 당선되었는데, 학생과 학부모가 미리 신문인터뷰 등을 하여 작품을 게재하는 바람에, 기존 시인의 시와 노래가사에서 한 행씩 따와 짜깁기했다는 제보가 두 명으로부터 들어와 확인한 결과 당선시 한 편에 4군데 정도 타인의 작품을 표절 짜깁기한 사실이 판명되어 심사위원들이 당선을 취소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8월호에도 한 행 정도가 표절이라는 제보가 있어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원작자에게 알렸더니 두 사람이 해결하겠다고 하여 그냥 지나간 적이 있습니다.
이에 (사)한국문인협회 김호운 이사장은 표절은 우리문학을 손상시키는 악성바이러스와 같은 존재이며 표절의 심각함을 느끼고 이를 근절하기 위한 좌담회를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표절을 미리 막지 못한 점 회원들께 송구하게 생각하며 오늘 여러 선생님들을 모시고 표절 근절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우선 제가 몇 가지에 대해 질문드리면 돌아가면서 한 분씩 의견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먼저 표절이란 무엇이며 왜 발생하는가에 대해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오장 선생님부터 말씀해 주시죠.
이오장_ 표절은 우선 개인의 양심과 교육이 부족한 탓으로 이뤄지는 예가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모방과 표절을 구별하지 못하는 데 있습니다.
기원전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모든 예술은 모방에서 시작된다고 말한 이후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모방과 표절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어리석음이 표절의 원인이 됩니다.
모방은 다른 것을 그대로 본떠서 만들거나 옮겨 놓는 것을 말하는데, 이것은 예술의 근본으로 자연이나 사물을 그림으로 그리거나 말로 표현하는 걸 말합니다. 표절은 이와 달리 남이 이미 그려 놓은 그림이나 문장을 자기 생각으로 쓰지 않고 그대로 옮겨와 자기 것으로 둔갑시킨 행위입니다. 그래서 모방과는 다릅니다.
예를 든다면 어느 화가가 산과 들을 초원 한가운데에 그리고 소나무를 그린 후 왼쪽에 소를 묶어 놓은 장면을 그린 작품을 그대로 그린 후 소만 오른쪽에 그려 놓고 자기 작품이라고 한다면 이는 장면이 일부 다른 듯해도 틀림없는 표절입니다.
산과 들 그리고 소나무와 소의 자리는 물론 색상까지 전혀 다르게 그려야 자기 작품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글의 문장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그루 소나무를 키우기 위해 봄부터 봄비는 그렇게 왔나 보다"라고 한다면 이것은 미당 서정주의「국화 옆에서」와 비교해 보면 글자만 틀렸지 분명한 표절입니다.
호흡과 이미지를 전혀 다르게 표현해야 표절 의혹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이승하_ 표절의 '표(剽)'는 겁박할 표이므로 으르고 협박하다는 뜻의 '표'와 훔친다는 뜻의 '절(竊)'이 합쳐진 글자입니다.
즉, 표절은 나쁜 행위이며 범죄행위입니다. 영어로 명사는 plagiarism, 동사는 plagiarize입니다. 도용(盜用)했다는 뜻이지요. 남의 작품을 일부 또는 전부를 가져다 쓰고는 자기가 처음 쓴 것인 양 시치미를 떼는 것은 부도덕한 짓이며 파렴치한 짓이며 철면피한 짓입니다.
패스티시(pastiche)의 우리식 표기는 '짜깁기'인데, 우리 문단에 너무나 널리 행해지고 있어서 보통 심각하지 않습니다.
오길순_ 표절은 도둑질입니다. 특히 문학작품의 표절은 피해자의 영혼을 강제 수탈하는 행위라고 봅니다.
자신의 호주머니에 타인의 골수를 슬쩍 집어넣는 악마적 일탈인 것입니다. 영혼을 소매치기하는 일이 얼마나 절망을 주는지 안다면 어서 엎드려 사과하고 다시 시작하려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부메랑으로 돌아온 심판의 칼날 앞에서 가해자 후회는 이미 늦을 것입니다.
김민정_ 정리해 보면 표절은 남의 작품을 도용하는 범죄행위로 부도덕하며 파렴치한 짓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남의 정신과 사상을 훔치는 행위라서 피해자의 영혼을 강제 수탈하는 행위라고 보고 있습니다.
표절을 모방과 표절을 구분 못해서 일어난다고 이오장 시인께서 말씀하셨는데 표절인 줄 알면서도 하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을까요?
오길순_ 네, 표절인 줄 알면서도 양심을 속이며 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김민정_ 네, 잘 알겠습니다. 표절의 법리적 해석에 대해서도 한 말씀씩 해 주십시오.
이오장_ 타인의 작품을 자기의 작품으로 도용하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며, 고전 소설이나 보호가 만료된 옛날 작품과 인공지능이 만들어 낸 작품 도용도 표절에 해당합니다.
현재 표절에 자유로운 나라는 없습니다. 발전할수록 더 많은 작품이 표절 시비에 걸려들어 문단을 떠나 사회적인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인터넷에 들어가 검색어를 입력하면 충분한 자료가 올라오기 때문에 더 많은 시빗거리가 생깁니다.
표절은 일종의 지적인 위법행위입니다. 그러므로 과거에는 윤리상의 문제, 개인의 감정과 명예 등에 한정하여 취급되었으나 현재는 엄연한 위법행위입니다.
법적으로는 창작물에서 아이디어나 표현을 무단으로 도용하는 경우 문제가 됩니다. 저작권 위반행위는 친고죄에 해당하므로 처벌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저작권법 제25조의 정당한 범위 내에서의 공정한 관행에 맞는지 본인의 동의와 출처 표시 여부 등을 따져 판정합니다. 그러나 기준이 모호하여 학술적 의미 표절과 법률적 의미 표절은 다르게 적용됩니다.
하지만 법적인 것보다 윤리적인 표절이 더 문제입니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하여도 윤리성에 어긋난 행위가 많습니다. 상도덕을 떠나서 문인이라면 윤리적인 양심으로 행동해야 합니다.
이승하_ 이대희, 서재권의 저서『문화예술 저작권』을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피고가 원고의 저작물에 접근했는지의 여부,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선결되어야 한다.
특히 실질적 유사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저작물의 특성이 고려되어야 하는데, 음악 저작물과 같은 경우에는 한 소절 이상 곡의 분위기와 멜로디를, 소설이나 희곡 같은 어문저작물의 경우에는 플롯이나 줄거리를 포함한 구체적인 사건이나 대사 등이 고려 대상이 된다."
문제는 이런 관계를 판단하는 근거가 확실하지 않을 경우 문제를 제기하고 표절한 작가의 사과를 받아내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입니다.
시치미를 떼거나 그게 무슨 표절이냐고 끝까지 발뺌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오길순_ 2017년부터 몇 년간, 표절 피해자로서 소송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수필집『목동은 그 후 어찌 살았을까』(2001, 범우사)를 세계에 이름을 떨친 유명 소설가가 자신의 소설에 그대로 차용해 간 일입니다. 자칭 유명 소설가가 무명 수필가의 수필집을 모조리 각색해서 세계만방에 떨친 어처구니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무명 작가란 얼마나 힘없는 존재인가 싶었습니다. 진실이 죄가 될까 봐 밤마다 몸부림쳤습니다. 불면으로 수명 감수가 느껴졌습니다. 다시 태어난다면 절대로 수필을 쓰지 않으리라 다짐을 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법원은 표절자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가해자는 불도 물로 만들고 물도 불로 만드는 연금술사 같았습니다. 신의 솜씨를 지녔는가도 싶었습니다. 피해자의 영육의 손실은 헤아리기조차 어려웠습니다. 70편 가까운 수필 작품을 도난당하고도 가정까지 피폐해져 패잔병처럼 쓰러졌었습니다.
표절을 대하는 법의 잣대는 무지 같았습니다. 표절에 해박한 전문 판검사가 절대적으로 필요해 보였습니다. 아마 진실이 다수결로 결정되었는지도 모릅니다. 더 이상 법의 보호를 받기 어렵다고 여겼습니다. 목숨을 갉아먹는 소송에서 벗어나고만 싶었습니다. 정의에 목마른 이들은 대법원까지 가지 왜 고법에서 멈췄느냐고 애석해했습니다. 습관적인 가해자 표절 버릇을 이참에 고쳐주어야 한다고들 했습니다.
김민정_ 법리적인 표절 문제 잘 들었습니다. 표절은 과거에는 윤리상의 문제, 개인의 감정과 명예 등에 한정하여 취급되었으나 현재는 엄연한 위법행위, 저작권 침해입니다.
그걸 법적으로 가져가려면 재판비용도 많이 들고 해서 사과받는 차원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아 우리 사회에서 표절을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요.
저도 제 작품 표절을 몇 번 당했는데 표절을 당하는 쪽은 정말 속상합니다. 자칫하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집어질 수도 있고, 사과를 받았다고 해도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그 사람의 시집을 보면서 그 사람의 작품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오길순 수필가의 경우도 본인의 작품이 엄연히 표절당했음에도 재판에 져서 속상하셨던 마음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지금부터는 한국문학의 표절 어디까지 왔는가에 대해 사례를 들어 말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오장_ 문단에서 표절 시비로 가장 유명한 사건은 문인협회 이사장 선거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출마하려는 성○○ 후보자를 막기 위하여 상대방 측 신○○ 이사장이 문제를 제기하는 등 과거의 표절 사태가 불거져 재판에 들어갔고 결국 인정되어 출마를 포기하고 문인협회에서 탈퇴한 사례가 있었고, 최근 이사장 선거에서도 비슷한 표절사건이 불거져 이사장 선거에 잡음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이밖에 여러 표절 시비가 불거져 문인들 간에 재판으로 이어진 사건이 많습니다. 소설에서 신○○ 작가는 명성을 얻었으나 표절로 인한 사건으로 독자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문인들 간의 표절 시비는 대개 합의에 의해 마무리가 되는데 이는 문학작품으로 인한 금전적인 이득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시인들 간에 끊임없이 시비가 일어나고 있으나 돈이 되지 않으므로 대개는 사죄의 선에서 그칩니다.
음악계에서는 대중가요의 표절 시비가 그치지 않고 있는데 짧은 곡의 특성상 노출이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이고 금전적인 이유가 많아서 불거집니다.
이와 비슷한 유명 표절 사건은 설○○의 논문 표절이 있습니다. 대중매체의 유명한 인물이 과거 논문을 표절한 사실이 드러나 진행하던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는 불명예를 안았습니다.
이승하_ 1980년대 초였지요. 전○○ 연세대 교수(국어국문학과)는 당시 한 제자의 논문을 자신의 논문으로 발표해 논란을 빚었습니다.
전 교수의 제자는 고려대 김모 교수의 최재서 연구 논문의 일부를 그대로 베꼈고, 전 교수는 그 글을 다시 자신의 논문이라고 발표한 것이지요. 이후 사실이 밝혀져 전 교수는 연세대를 떠나 1984년 전주대로 자리를 옮겨 1998년까지 교직에서 강의했습니다.
그런데 이 경우 말고도 학위 논문을 표절해 재직하고 있던 대학에서 강의를 못 하고 물러난 경우가 꽤 있었습니다.
외국에서는 석사, 박사 논문 중에 각주를 달아 출처를 제시하지 않고 일부라도 표절한 것이 밝혀지면 학위취득이 취소되는데, 우리나라는 쉬쉬하고 넘어간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한 20년 전쯤부터 대학교 논문 심사 과정에서 카피율을 적어 내는 제도가 생겼는데 그전에는 검증할 수가 없었습니다. 즉, 그 논문의 몇 프로가 표절한 것인지 알아낼 방도가 없었습니다.
시의 경우 신춘문예 당선작의 표절 시비가 정말 많았습니다. 2000년대 들어 거의 10편의 당선작이 표절작으로 밝혀져 당선이 취소되었습니다.
스타트를 끊은 작품은 2002년 조선일보 시조 당선작 「겨울 판화」가 아닌가 합니다. 당연히 당선이 취소되었습니다.
2006년 서울신문은 시 부분 당선작 「아쿠아리우스」는 한국수자원공사가 실시한 ‘물사랑 글짓기 공모’ 입상작과 같아 당선이 취소되었습니다.
2005년 중앙일보 시 당선작 「만능사 제2호점」은 거의 같은 작품으로 대학문학상에 당선되었기에 취소되었습니다.
2011년 서울신문 시 당선작 「새장」이, 같은 해 중앙일보 시 당선작 「포란의 계절」이, 2013년 광주일보 시 당선작 「삼거리 점방」이, 2019년 세계일보 시 당선작 「역대 가장 작은 별이 발견되다」가 다 표절작으로 판명되어 당선이 취소되었습니다.
동시 분야에서는 2014년 매일신문 당선작 「바이칼 호수」가, 2023년 한국일보 당선작 「토끼 꺼내기」가 표절작으로 밝혀져 당선이 취소되었습니다.
2016년 매일신문, 2019년 전북도민일보, 2023년 NGO신문 당선 시는 기성문인의 투고작이기에 당선이 취소되었습니다.
여기저기에 동시에 투고해서 당선되었다 취소된 ‘중복 투고’는 너무 많아서 조사를 하다가 지쳐버렸습니다.
시와 시조, 동시는 비교적 짧기 때문에 표절 혐의가 있으면 금방 밝혀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편이 넘는 표절작이 나왔다는 것은 우리 문단에 표절이 만연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합니다.
1996년에 문학사상사 같은 유명 출판사에서 나온 어떤 시집은 시집 1권에 많은 시편이 표절로 도배가 되어 있는데, 해설을 잘 쓰지 않는 신경림 시인이 “경박하고 천덕스러운 말장난이 신세대 감성의 혁명으로 일컬어지는 때에 어떤 시류에도 휩쓸리지 않고 성실하고 진지한 자세로 사고하고 노래하는 그의 모습은 가히 믿음직스럽다. 그의 시는 아무도 흉내 내지 않았고, 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그만의 독특한 세계로 나타난다”라고 격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신경림 선생님은 돌아가실 때까지 당신이 쓴 해설이 완전한 곡해였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것입니다.
세상에, 이런 넌센스가 어디 있습니까?
그동안 대중가요의 경우 표절 시비가 특히 자주 불거졌습니다. 이미자의 노래 중 표절 논란이 되면서 방송 금지곡이 된 것이 몇 개 있었는데 나중에 억울함에서 벗어나기도 했었지요.
천경자나 박수근, 이중섭 등의 미술작품이 위작이라고 하여 자주 논란이 되었습니다. 방송 프로그램 베끼기도 자주 거론되었는데 근년에는 그에 못지않게 문학작품의 표절 시비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제가 2018년에 펴낸 『욕망의 이데아』란 책에서 근 100쪽에 걸쳐 국내 문학작품 표절의 사례를 들면서 환부를 도려내고자 했는데 전혀 줄지 않고 있는 데 대해 비감을 느낍니다.
오길순_ ‘표절’이라면 당장 떠오르는 문인이 있습니다. 표절한 당사자가 등단 취소가 된 경우가 있었지만, 유명한 모 소설가의 경우는 표절 지적을 처음부터 완강하게 부정했지요.
그분 작품의 경우는 표절한 당사자가 표절을 시종 부인했는데, 그 작가보다도 그것을 적극적으로 옹호해 준, 그 책을 내준 유명 출판사의 고문한테 더욱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분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그의 글이 일부러 베껴 쓰지 않고는 절대 나올 수 없는 결과라고 보는 문학관, 창작관에는 원론적으로도 동의하기 어렵다”며 “한국문학에 소중한 기여를 해 온 소설가를 매장하려는 움직임에 결코 합류할 수 없다”고 끝까지 보호할 것을 천명했습니다.
이런 것 때문에 표절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김민정_ 다행히도 표절의 의미가 문학사에 세워진 것은 큰 결실이라고 여겨집니다. 산산이 부서진 피해자의 영혼 대신 영혼의 도둑이라는 가해자 각인이 확실히 새겨졌습니다.
영혼을 살인하는 표절행위가 절대 없어져야 한다는 독자들의 다짐도 계속되었습니다. 언젠가는 제대로 판결될 날 있을 거라는 믿음도 있었습니다. 독자들은 진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특히 정의로운 언론인과 문인들이 나섰습니다. 몸을 던져 기사를 쓴 김흥식 대기자, 얼굴도 모르는 이응준 소설가, 오○○과 신○○ 작품을 직접 비교한 신기용 평론가의 『출처의 윤리』(2015), 그리고 여러 교수들은 문학의 미래를 충언으로 제시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영원히 갚지 못할 무거운 부채이기도 합니다.
김민정_ 표절의 사례 잘 들었습니다. 표절이 정말 많고, 양심 없는 사람들이 정말 많군요. 몇 년 전에는 손○○이란 사람이 김○○의 소설을 다섯 군데나 응모하여 상금을 탄 사실이 드러나 세상을 놀라게 하고 상금을 반납한 사례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표절의 예방이나 단절할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이오장_ 인간 사회에서 각종 범죄는 끊임없이 일어납니다. 특히 남의 것을 훔치는 절도 행위는 그치지 않는데 이는 생명에 직결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나 문명이 발달하여 굶어 죽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남의 것을 훔치는 것은 유흥을 위한 범죄행위가 대부분입니다. 문인들, 특히 시인들은 금전을 생각하지 않는 단순함이 많습니다.
그저 명성 하나를 바라며 돈이 되지 않는 작품을 치열하게 씁니다. 그래서일까요. 표절에 대해서 관대함을 보입니다.
그런 이유로 남의 작품을 도용하는 것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일이 문제입니다. 현재 유명한 시에서 표절의 흔적이 종종 발견되고 있으나 원작 시인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조용하게 넘어가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를 적극적으로 방지하려면 좀 더 엄격하고 적극적인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또한 문인들 자신이 엄격하게 자신의 가치를 높여야 할 것이며 표절로 양심을 속이는 것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물질적인 손해 이상으로 정신적 타격이 다분히 따른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이승하_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 ①저작권 침해와 표절에 관한 저작권법적 해석 고찰 ②부정행위와 이에 대한 각국의 개념 규정 고찰 ③표절 사례와 판례 분석 ④표절 방지를 위한 저작권 관련 교육 실태 분석 등이 아닐까요?
중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서 연구윤리 교육을 실시해야 하지 않을까요? 부정행위를 사전에 방지하는 예방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턴잇인(Turnitin) 등 표절 검색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여 표절을 예방함으로써 저작물의 창의성 제고에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도 표절한 작품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제재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지금까지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 문제입니다.
표절작에 대해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자체적으로 전송되거나 출판되는 것을 조사하여 시정 권고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고작 ‘시정 권고’에 표절한 사람이 눈 하나 까딱할까요?
표절의 정도가 심하고 그 문인이 어느 문학단체에 소속된 사람이라면 집행부에 알려 단체에서 제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등단작이 표절작이라면 등단이 취소되어야 하고, 기성문인이 심한 표절행위를 했다면 그의 저서 판매가 중단되어야 합니다.
이런 것들은 저작권법 정도로는 방지할 수도 제재할 수도 없으므로 보다 강한 법이 국회의원들의 발의로 제정되어야 합니다. 발의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문학단체들의 공동 발표 같은 것이 있어야 합니다.
오길순_ 흔히 ‘낭중지추’라고 합니다. 주머니에 숨긴 송곳처럼 진실은 꼭 드러난다는 뜻입니다.
짐작은 어렵지만 오○○과 신○○의 진실이 뚜렷하게 드러날 것이라 믿습니다. 진실은 다수결이 아닌 절대적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가해자에게 냉엄한 응징도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그것은 민형사상 책임과 보상일 것입니다.
서양에서는 각주를 달지 않으면 석박사 논문도 엄정한 제재를 받는다고 들었습니다. 두루뭉술 표절문학을 허용하는 나라로 폄하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 소송 전에 가교 역할을 하는 단체의 판단이 이뤄졌으면 싶습니다. 피해자는 소년의 장난인 돌에 맞아 죽는 연못의 개구리와 다르지 않습니다.
가해자 소년은 장난이지만 피해자 개구리에게는 목숨이 걸렸음을 알아야 합니다. 진실은 지연도 학연도 인연도 아닙니다. 진실의 감별 또한 오로지 진실입니다.
교육현장에서의 표절의 양심교육 또한 윤리교육과 함께 이루어져야 할 시대의 사명이기도 합니다.
김민정_ 표절 예방에 관해 잘 들었습니다. 해 주신 말씀처럼 표절이란 타인의 정신과 사상이 들어있는 작품을 훔치는 행위입니다.
법적으로 처벌받고, 제재받고, 피해자들이 보상받을 수 있는 강한 법을 만들어야 하며, 학교와 사회단체에서도 저작권법에 대한 교육을 해야 하고 그것이 얼마나 나쁜 것인가를 가르쳐야 합니다.
또한 같은 문인으로서 작품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얼마나 고심하는가를 알아야 하며 문학인 스스로 자존감을 가지고 문학을 존중하고 문인을 존경하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글을 써야 할 것입니다.
문인들이 바른 양심을 가지고 문학창작에 임하는 세상을 기대합니다. 세 분께서 오늘 좋은 말씀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