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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목(裸木)의독백

한국문인협회 로고 황종택

책 제목월간문학 2024년 11월 월간문학 2024년 12월 6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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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추세운 발과 허리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는다
하늘 향해 수직으로 뻗는 게 나의 꿈

바람과 구름, 별을 좋아하고
머리 위 원을 그리는 솔개와
내가 떨군 열매를 먹는 다람쥐를 사랑한다

그늘 아래서 술래잡기하는 아이들
나의 발아래 묻혀 영면에 든 이름들
그들을 기억한다

나는 이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외롭지 않다 
전해야 할 바람의 날개 달고
윙윙 울며 가지 못하는 서러움 있지만….

벗어던진 욕망의 속옷
큰 나무에 깃들 새소리 기다리며
팔 벌리고 서 있다

긴 기다림 끝
태양이 거울처럼 깨어져 숲을 비추고 
맑은 바람이 몰고 온
하얀 구름이 내 옷깃에 가득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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