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2024년 11월 월간문학 2024년 12월 6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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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시절의 불변으로 운행하고
지구가 추계의 궤도에서 공전할 때
대기는 바람으로 산의 능선에 내려온다
낙엽 하나 소리없이 낙하할 때
산의 나무들의 세계에
세상의 고요가 침묵으로 다 모여 있다
낙엽 둘 첫 찬서리에 성급하게 붉은 색칠하고
푸른 이파리 위로
오직 한 송이 붉은 꽃으로 피어난다
낙엽 셋 야신의 가을 전령으로
계절을 맨 먼저 달려와서 소식 전하고
이웃 잎새들 위로 소리없이 굴러떨어진다
초록의 군엽 일제히 붉은옷으로 치장하고
공중 무도로 온 숲의 감정이 깨어날 때
이미 가을은 사람의 마음속에 와 기다리고 있다
붉은 낙엽 하나의 낙무로
계절은 정녕 가을의 마음을 사람의 가슴 위에다
천의 시로 짓고 백의 문장으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