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2024년 11월 월간문학 2024년 12월 6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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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할 때마다 책을 수없이 떠나보냈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용케도 남은 책들
다시 읽어보려고 놔두었던 책들까지도
끝내 버리고 왔었지
어떻게 사는 게 가치 있는 삶인지
아직도 모르지만
내면을 소중히 가꾸는 책을 꽂아두고 싶다
손길이 가장 가까이 닿는 곳에
상념의 흔적이 묻어 있는 일기장과
내 삶의 길잡이가 된 국어사전이 꽂혀 있다
언젠가 홀로 떠나는 날
내가 걸어온 고달픈 발자취와
표지가 너덜너덜 다 해진
국어사전만큼은 품고 가고 싶은데
주인 잃은 책들은 다 어떻게 버려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