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2024년 11월 월간문학 2024년 12월 6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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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이파리 낙엽을
장신구처럼 매달고
횅댕그렁하니 늘어선 가로수
빛바랜 흑백 사진첩에서나 본
‘을씨년스럽다’라는 비유가
참으로 실감 나게 다가오는
늦가을 길거리 풍경
불현듯 그 너머로
겹쳐 오는 얼굴이 하나
오랜 세월 오롯이 챙겨주던
손길 거두고 가을바람에
휩쓸려 간 낙엽처럼
황망하게 떠난 얼굴이
절기가 바뀌어도
따스한 미소와 함께
늘 내 안에 머물렀었는데
좋은 영혼의 친구를 찾겠다며
온 밤을 하얗게 지새우더니
어느 날 홀연히 떠난 얼굴
그래도 알고는 있을까?
모두가 일그러지고
비껴간 일상에서
생채기 진 오감을 추스르며
곰삭이고 사는 내 가슴 시린
가을살이를
더구나 무딘 손끝으로
얽힌 매듭을 풀어 가며
사는 삶이고 보니
눈 마주하며
속깊은정을담아
건네주는 말 한마디가
몹시 그립다는 것을
이 가을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