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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세월의 호숫가

한국문인협회 로고 이영철(LY)

책 제목월간문학 2024년 11월 월간문학 2024년 12월 6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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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가 아니라는 걸 깨닫기 전에 이미 살아버린
단 한 번의 삶과 다시 마주할 수 있다면,
닳도록 써먹고 또 써먹은 기억이 아니라
지금 여기의 생생한 직관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비탈진 산마루의 비대칭 삶을 꿋꿋이 버텨내는
등산길 참나무가 바람을 맞이하듯
아무런 표정 없이 환대할 수 있을까
사방의 시선을 침묵 속에 담아내며
삶의 의미를 향해 사색의 창끝을 겨눠보고 싶은데 
가장 아픈 곳부터 노골적으로 드러나도록
뭉친 혈을 꿰뚫을 수 있을까
호수의 파문처럼 펼쳐지는 시간의 주름들을 바라보며 
굴절의 마디마디에서 배회하는 얼굴을
소금쟁이가 미끄럼 타듯 밟고 지나갈 때
그 무례함에 왜 아무런 표정도 짓지 못하는 걸까 
다채로움을 흑백으로 읽어내는 물의 단조로움과 
차이를 증명하고 싶은 욕망의 돌팔매 사이에는
합의불발의 물거품을 가라앉힐
중력의 법칙이 왜 존재하지 않는 걸까
질문의 답변을 길어 올려야 할 시간들이
원심력의 여행을 멈추며 사라진다
저 너머를 향해 스토킹의 발자국처럼 남겨질 
망상의 악업을 쌓기 전에
찡그린 인상이나 펴며 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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