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2024년 11월 월간문학 2024년 12월 670호
101
0
바람이 걸어가고
그 뒤를 내가 걸어가고
슬픔이 따라온다
해가 진 후에
바람이 슬픔을 지우며
내 앞을 걸어간다
나는 사람과 헤어져
이승의 길목을 돌아서는데
바람이 내 팔장을 끼고
함께 걷는다
비가 내리고
어제가 멀어지고 내일도 지나고
옛날이 사라지고
오랜 이국생활의 고난이
조국의 하늘에 스미어
슬픔을 내려놓고 가는
나에게 늙은 바람이
고난을 지우며
나를 껴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