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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의 웃음

한국문인협회 로고 김정자(광주)

책 제목월간문학 2024년 11월 월간문학 2024년 11월 6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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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연수할 때에 중등학교 수학 교육 방법론의 첫 시간이었다. 정년이 가까워 보이는 칼슨 교수가 들어와 자기소개 시간을 가졌다. 내가 코리아를 소개했으나 아는 이가 없다. 다시 88년 올림픽이 열렸던 서울이 우리나라 곧 남한의 수도라고 말했더니 그들은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이 “오! 88 올림픽, 아, 서울 코리아”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칼슨 교수도 얼굴에 웃음이 만연하여 반기면서 궁금해서 참을 수 없다는 듯 처음 본 내게 말했다. “당신 나라의 학생들은 수학을 참 잘하더라. 1988년도에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 처음 참석하였는데 참 대단하더라. 이는 한국 부모들의 높은 교육열 때문이라는데 그 교육열을 일으키는 근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이것을 리포트로 써서 2주 후 토론 시간에 발표해 줄 수 있느냐고 정중히 부탁했다. 학생들은 어리둥절하여 큰 눈을 더욱 크게 굴렸다. 우리나라를 88올림픽으로, 서울 코리아로 알고 있는 학생들은 칼슨 교수의 말이 생뚱맞다는 표정이였다. 나 또한 우리 학생들이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것도 아닌데 100분 토론수업의 주제 발표라니 어벙한 마음이 나라 칭찬에 슬그머니 두 어깨를 쫙 폈다.

얼떨결에 허락하고 보니 자료준비는 막막했다. 당시에 컴퓨터나 인터넷은 상용되지 않는 터라 현지에서 교포신문을 뒤적여 볼 뿐 속수무책이었다. 내 생각의 샘에서 길러낼 수밖에 없어 어릴 때 달빛을 벗 삼아 할머니 무릎에서 들었던 얘기들의 도움이 컸다.

할머니는 “사람은 사람다워야 사람이다”하는 큰 명제를 주셨다. 우리나라 사람은 누구나 학문과 덕행을 꾸준히 갈고 닦아 청렴결백해야 한다는 것을 최고의 가치관으로 여겼다. 이를 선비정신과 체면 중시의 태도로 정하고 옛 교육기관은 서당, 학부모의 교육열은 스승을 존경하는 태도인 서당의 책거리로 설명했다. 우리나라 대학자들의 소개와 우리 고장 청백리 박수량의 묘에 세운 백비로 주관적인 생각을 피력했다. 나의 발표에 놀라움과 흥미를 느낀 학생들은 선비는 농공업의 생산적 활동에 직접 참여하느냐? 왜 직접 일하지 않느냐? 정말로 실익보다 체면이 더 중요하냐? 등 질문이 장마에 봇물 터지듯이 쏟아졌고 토론이 진지했다.

미국에서는 농부가 부자이고, 농업이 선망받는 직업이요, 체면보다는 편리성과 실익이 중요한 그들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으리라. 그때는 너희가 동방예의지국의 선비를 어찌 알아 하는 심정이었으나 요즘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그동안 자랑스럽게 여겼던 선비의 청렴결백과 체면을 중시하는 긍정적인 면은 쇠퇴해 버리고 부모들의 과한 교육열은 오늘날 노동을 터부시하는 사고를 낳았다는 아쉬움으로 다가선다. 요즘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는 대기업이나 전문직, 최소한 책상에서 하는 일로 공급에는 한계가 있고 인공지능(AI)의 출현으로 더욱 부채질한다. 이 현상은 우리 나라뿐 아니라 지구촌 모든 곳에서 대두되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농촌이나 중소기업의 생산직은 구인난으로 계절제 외국인을 고용하고 있다. 적은 나라에서 농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직은 구인난이요, 청년은 구직난의 아이러니다. 어찌 인간사를 산술적인 계산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만 답은 없고, 국가 위기론까지 대두되는 참으로 암담한 현실이다. 지금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를 살고 있으며 잘못하면 청년들의 고매한 학식이 한탕주의나 범죄의 소굴로 변하기 전에 우리는 삶의 본질에 따라 결단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는 창조론 학자들이 근거로 하는 창세기 1장 27절과 28절의 기록에서 찾을 수 있다.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 하나님이 자기 형상인 사람, 곧 남자와 여자에게 준 축복은 모든 인간이 지향하여 누리고자 하는 삶의 목표이며 삶의 질서라 생각된다. 인간은 만물보다 우선하여 만물을 다스려야 하고 결혼으로 안락한 가정을 꾸려서 복을 누리고 자손 대대로 번성하기를 바라는 것이 모든 사람의 소망이 아니던가. 혹자는 남녀가 꼭 결혼을 해야만 하는가 생각하기도 하겠지만 남녀관계가 발가벗었으나 부끄러워하지 않는 관계가 부부 외에는 없다. 이는 어떤 사회적인 문제나 타인의 눈을 의식할 필요도 없고, 어떤 잘못도 지적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요즘 발생하는 흉악한 사회 악을 예방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평안의 상징인 가정을 가질 수 있다. 이 아름다운 삶을 위해 나는 두 가지의 꿈을 꾼다. 먼저는 농부의 고령화로 농토를 묵힐 수밖에 없는 농촌 현실과 청년들의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여건 조성에 정부는 총력을 기울일 때라 생각된다. 우선 정부는 농토를 대량으로 임대하여 인공지능과 기계화된 농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농사방법개선과 생산·판매·유통까지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아울러 정부는 서울의 주택난 해소에 앞서 농촌의 자원인 주택을 개조하여 떠밀리는 서울에서 탈피할 수 있는 주택정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다음은 이 땅의 부모와 청년들이 용기를 내어 삶의 근본으로 돌아가는 꿈이다. 청년들의 높은 학식과 능력이 인공지능으로 농사를 과학화하고 현대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청년들이여! 그곳에서 마음껏 실력 발휘하여 보다 이상적인 사회를 만들어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사랑으로 어우러진 부모와 자녀들의 웃음소리 날리는 창문을 달님도 기다리리라. 대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달님이 찔레꽃 향기와 아카시아의 진한 향기로 밤새도록 무도회를 열고 먼데 오동나무꽃의 보라향이 달려오는 낭만이 있는 농촌이다. 풀벌레 소리와 이슬방울 굴리며 소꿉장난하는 달님과 시를 쓰는 농촌에서 살리라. 달님의 환한 웃음이 가득한 방방곡곡에 사람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정 생각만으로도 입가에 미소가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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