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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는 아우성

한국문인협회 로고 양진모

책 제목월간문학 2024년 11월 월간문학 2024년 11월 6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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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거미 진 밤
분주한 작업 현장
아슬아슬한 사다리
흩어진 공구들 사이
작업 배설물이 여기저기 뒹굴고
잘 보이던 마킹은
숨바꼭질을 한다

도심을 달리는 수많은 차량 불빛 사이 
발걸음 재촉하는 사람들
서로서로 헤집고 다니는 모습이 
엉키고 설킨 배전함 전깃줄이다

빠지직 번쩍이는 불빛
펑 소리 내고 전선에 불붙더니 
배전공이 3층 아래로 떨어졌다 
시끄럽던 현장에 정적이 흘렀다

쓰러진 사다리 가슴 짓누르고 
사방에 흐르는 붉은 피
안전모 턱끈 목 죄고
다리 하나 꺾여 반대로 접혔다
숨을 쉬지 않는다

서른도 채우진 못한
일당 노동자 꽃이
망연자실한 아내의
소리 없는 울음으로 피었다
돈 좀 아껴보겠다고
크레인 없이 한 일
아까운 목숨 하나 끊었다

“엄마,
아빠랑 똑같아!
아빠야? ”
영정 사진 본 네 살짜리 딸아이 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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